정부, 발사르탄 구상금 20억원 청구… 제약사 소송 준비
약가 협상 키 쥐고 있는 건보공단 상대 소송 진행 부담도
유통업계, 공급가 3% 회수비용 요구… 일부 제약사 수용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제약업계가 발암 우려 물질인 NDMA 성분이 검출된 의약품 발사르탄과 라니티딘에 대한 정부의 조치에 대해 불만을 제기하는 모습이다. 업계는 정부가 모든 책임을 업계에만 전가하고 있다며 곤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69개 제약사를 대상으로 발사르탄 사태에 대한 구상금 20억3000만원을 청구했다. 지난해 발사르탄 사태 이후 환자들에게 기존 처방 중 잔여기간에 대해 교환해주면서 투입된 금액을 제약사들로부터 돌려받겠다는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따른 후속 조치다.
구상금 청구 대상 제약사 69곳 중 38곳이 청구 규모가 1000만원이 넘는다. 대원제약이 2억2275만원으로 가장 많고, 한국휴텍스제약, LG화학, 한림제약, JW중외제약, 한국콜마 등은 1억원 이상 청구됐다. 나머지 31개 제약사에는 1000만원 대 배상금을 청구했다.
건보공단은 “구상금이나 민사상 부당이득금은 이의신청 대상이 아니므로 공단의 결정에 불복할 경우에는 민사상 절차에 따라 법원에 소를 제기하겠다”고 고지서에 명시했다. 제약사들은 구상금을 기한 내 납부하거나, 구상금을 내지 않고 건보공단에 행정소송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0일까지 기간 내 구상금을 납부한 제약사는 전체의 23.2%인 16곳에 불과했다. 납부 금액 또한 고지금액 20억 3000만원의 4.8%인 1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구상금을 납부하지 않은 제약사들은 공동으로 구상금에 대한 행정소송 등을 준비 중이다. 제약사들은 발사르탄 성분 의약품의 NDMA 검출이 해외 원료의약품 제조사의 제조과정에서 발생한 만큼 모든 책임을 질 수 없다는 입장이다.공단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하면 맞대응하는 방식이 될 예정이다. 현재 30여 곳이 참여를 확정했다.
다만 규모가 크지 않은 제약사들은 약가 협상의 키를 쥐고 있는 건보공단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업계는 라니티딘 환불 및 회수비용 때문에도 속앓이를 하고 있다. 한국의약품유통협회는 이달 초 제약사들을 대상으로 라니티딘 반품과 관련 전문‧일반의약품에 대해 요양기관 공급가(기준가)에 +3%, 약국의 소비자 환불 품목의 경우 약국 판매가 +3% 회수비용을 요구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의약품유통협회는 현재 약국 기준가 정산 시 의약품을 유통하면서 들어간 비용 손해, 약국에 기준가를 주고 제약사에는 공급가를 받으니 2차 손해가 발생한다는 주장이다. 이에 일부 제약사만 유통협회의 요구를 수용한 것으로 알렸다.
대부분 제약사들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있는 상황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약사를 상대로 이번 사고로 인해 추가로 발생한 비용을 청구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회수비용까지 더 앉기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제약사들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정부가 업계에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판매중지와 회수 결정으로 손실이 크다”면서 “규정을 위반한 적이 없는데 발사르탄과 마찬가지로 라니티딘 성분 의약품의 회수 과정에서도 제약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