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아파트 중위매매가격 21%나 올라
잇단 대책에 공급물량 급감…계속되는 저금리 기조도 요인
[매일일보 전기룡 기자] 문재인 정부가 임기 전환점을 돌았음에도 집값은 잡힐 기미가 없다. 2017년 발표된 '8·2부동산 대책'에 이어 2018년 '9·13 부동산대책'과 '10·1 부동산대책' 등을 내놓았지만 좀처럼 '약발'이 먹히지 않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유통물량을 옥죈 게 집값 반등을 야기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감정원 부동산통계정보시스템 자료를 보면 전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은 문재인 정부 출범 당시(2017년 5월)이후 지난 10월까지 21.24% 상승했다. 2억6708만원이었던 전국 아파트 중위매매가격이 3억2381만원 수준으로 치솟은 것이다.
연립다세대와 단독주택도 마찬가지다. 연립다세대는 같은 기간 1억2578만원에서 1억4399만원으로 14.5%(1821만원) 올랐다. 단독주택도 1억8164만원에서 2억3624만원으로 중위매매가격이 30.1%(5459만원) 상승했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앞서 정부는 '8·2부동산대책'을 통해 전매제한과 양도세를 강화했다. '9·13대책'을 통해서는 대출을 옥좼다. 그리고'10·1 대책'에서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핀셋 규제를 예고함과 동시에 주택매매사업자에 대한 주택담보비율(LTV) 등을 강화하기도 했다.
계속된 규제 강화 기조에도 집값이 반등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대책이 유통물량을 위축시켰기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공급과 수요로 인해 시장가격이 형성되는 것이 일반적인데 전매제한 연장을 비롯해 지위양도 금지, 양도세 중과 등이 팔기도 힘든 상황을 만들었다는 지적이다.
계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도 집값 상승세에 힘을 보태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16일 기준금리를 기존 1.5%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하했다. 금리 인하는 보통 예금보다 부동산 투자에 대한 선호도를 높인다.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못해 떠돌고 있는 약 117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도 집값 흐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전매규제와 지위양도 금지, 양도세 중과 등으로 인해 집을 파는 데도 부담이 생기다 보니 유통물량이 급감했다"면서 "저금리로 부동자금이 넘쳐나는 상황이지만 거래가 쉽지 않아 호가(집주인이 부르는 가격)만 계속해서 높아지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현재 분양시장에서 높은 경쟁률을 기록하는 것은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가 선반영된 것"이라며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여파가 당장 발생하는 것은 아니기에 심리적인 요인으로 풀이된다"고 부연했다.
이 같은 집값 오름세는 마음이 급한 대기 수요자들을 분양시장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민간택지에 짓는 아파트에도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청약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지난 8월 분양된 '이수 푸르지오 더 프레티움'의 경우 평균 경쟁률이 206.1대 1에 달했을 정도다.
문제는 이 같은 과열된 청약열기가 인근 신축 아파트 시세를 다시 끌어올리는 불쏘시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당분간 공급이 줄어들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뻔한 상황에서 마냥 기다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규제 정책도 좋지만 공급을 메워줄 수 있도록 정부가 적정한 공급물량을 확보해주는 것도 아주 중요한 임무"라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당업무 : 건설 및 부동산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노력의 왕이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