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출범후 15차례 대책 내놨지만 집값은 올라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 일변도에 시장은 공급축소 우려
규제 중심의 정책과 수급논리 맞서며 실수요자들만 피해
[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문재인 정부가 2017년 6월(6·19 부동산대책)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내놓은 것은 부동산 대책은 15차례이다. 부동산 관련 금융대출을 옥죄고 직접 가격을 통제하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대부분 규제 일변도다.
임기 반환점을 돌고 있는 시점에서도 고강도 규제책을 계속해서 내놓고 있지만 제대로 '약발'은 나오지 않고 있고, 오히려 회의적인 시각만 많아지고 있다. 규제 문턱을 높여 시장을 안정시키겠다는 측과 수요가 있는 곳에 공급이 있어야 한다는 시장논리가 충돌하면서 시장만 멍들고 실수요자들에게 오히려 피해가 돌아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수요가 많은 서울에 주택 공급이 늘지 않으면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시장주의자들의 주장에 많이 공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요는 끊임없이 나오고 있는데 공급이 없으니 가격은 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공급이 부족한 만큼 수요라도 줄어들면 문제는 반감될텐데 현실은 그렇지도 못하다.
정부가 규제 의지를 굽히지 않는 것도 바로 이 수요를 최대한 억제하기 위한 신념에 찬 정책이거나 불가피한 선택일 수도 있다. 대출억제와 자금출처 조사, 세무조사,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 강화 등이 그것이다. 최근 시행에 들어간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마찬가지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부동산은 어느 한가지 강력한 대책으로 안정이 달성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여러 대책을 종합해 국민과 부동산 이해관계자들의 기대를 안정시키는 방법으로 갈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시장주의자들은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시행으로 신규 분양 아파트 분양가는 내려갈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초래해 집값이 도로 올라갈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시세가 어느정도 형성돼 있는 한 지역에 새 아파트가 훨씬 싸게 공급이 된다고 해보세요. 새 아파트 물량이 기존 아파트 보다 많으면 가격도 하향안정세를 보이겠죠. 그런데 서울에서 이런 경우는 없잖아요. 결국 새 아파트값이 기존 아파트값을 따라서 올라갈 수 밖에 없죠. 소비자들이 이것을 모를리 없잖아요."
대치동에서 20년째 중개업을 하고 있다는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의 얘기다. 실제로 정부의 기대와는 달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와 강력한 단속에도 불구하고 이를 비웃기나 하듯 서울 아파트값은 18주째 상승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한국감정원은 "최근 상승폭이 높은 단지의 경우 추격 매수세는 주춤해졌지만 상승폭이 낮은 지역은 '갭메우기'로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소위 규제 끝판왕이라 불리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됐지만 강남이 주도하는 집값 상승세는 잡히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분양가 상한제는 재건축·재개발 조합원들의 추가분담금이 올라가고 수분양자에게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건축이나 재개발 등 정비사업의 사업성이 낮아지면 사업 추진동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 결국에는 '공급 감소→집값 상승'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집값이 오르니까 잡아야 한다는 일차원적인 시각으로 정부가 대책을 내놓으면서 다차원적인 시장을 따라잡지 못하고 기대하는 정책 효과도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정책이 시장을 앞서 나가 시장을 이끌어나가야 하는데 오히려 뒤떨어져 있는 게 문제"라며 "시장이 반응하고 난 뒤에 이에 맞춰 정책이 나오다 보니 시차가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예컨대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가 '똘똘한 한 채'로 눈을 돌리게 함으로써 강남 등 인기지역의 아파트값을 올리는 불쏘시개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시장 전문가는 "시장은 심리적인 요인도 매우 중요하기 때문에 사후약방문식 단발 규제가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시각을 되새겨 볼 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