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3구, 규제에도 가격하락폭 크지 않아…강북 집값 자극해 급등
분양가는 집값과 또 다른 양상…전문가 “자치구별 대책 마련 시급”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서울 강북 지역의 집값 상승률이 강남 지역을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뛰어오르는 집값을 잡기 위해 정부가 강남권에 규제를 집중한 것이 도리어 낮았던 강북권 집값을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부터 올해 10월까지 한국감정원의 서울 자치구별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분석한 결과 강남권보다 성동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등 강북권의 집값 상승률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가장 높았던 곳은 성동구로 2년여간 72.10% 상승했다. 뒤이어 용산구 67.16%, 서대문구 54.36%, 마포구 51.55%, 동작구 50.56% 순으로 가격이 큰 폭으로 올랐다.
그동안 정부가 목표로 삼아 각종 규제를 내놨던 강남권에서도 서초구(38.72%), 송파구(35.70%)는 서울 평균치(40.54%)를 소폭 밑돌았으나 강남구(43.52%), 강동구(42.46%)는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률이 높았다.
다른 자치구와 똑같이 투기과열 지구 규제를 받는 관악구(18.73%), 강서구(27.73%), 금천구(29.63%)에선 가격 상승률이 서울 평균치(40.54%)를 한참 밑도는 것으로 집계됐다. 자치구별로 가격 상승폭이 천차만별인 셈이다.
분양가는 가격 변동과 또 다른 양상을 보였다. 강북권의 직전 1년 분양가 상승률이 강남권을 앞질렀다. 성북구로 31.7% 상승, 가장 많이 올랐고 은평구(16.5%) 구로구(15.4%) 등이 뒤를 이었다. 9월 분양이 없었던 동대문구는 8월 기준으로 바꾸면 64.6% 상승했다.
다만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의 최근 6개월 사이 분양한 아파트가 없어 분양가 상승률을 단순 비교하기 어려웠다. 강남권 중에서는 서초구만 9월 기준 30.3% 상승률을 보였고 강남구는 9.3%, 송파구는 2.8% 상승하는 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규제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서울 자치구별로 온도 차가 커 보다 세밀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리서치 본부장은 “기존 아파트 가격과 신규 분양가 등의 움직임은 수요와 공급량, 유동인구와 거주인구, 개발 호재 등의 변수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며 “그런데도 모든 자치구가 똑같은 규제를 받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장 본부장은 이어 “자치구별로 차등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통해 등락폭을 최소화해 궁극적으로 서울 전체 집값을 하향 평준화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