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지역 지정에도 경북·경남 수년째 악성미분양 증가
공급 시기 늦추는 역할이 고작…추가 대책 고심 해야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정부가 미분양 관리를 위해 도입한 미분양관리지역이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수년간 관리지역으로 묶여 공급을 제한받고 있음에도 미분양 물량은 줄지 않아서다. 이에 따라 미분양을 줄일 수 있는 직접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5일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미분양관리지역으로 수도권 6곳과 지방 31곳 등 총 37개 지역이 선정됐다. 전달과 비교해 부산 사하구 1곳이 미분양이 줄어들면서 관리지역에서 제외됐다.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주택(분양보증 발급예정인 주거용 오피스텔 포함)을 공급할 목적으로 사업부지를 매입(매매·경·공매·교환 등 일체 취득행위)하려면 분양보증 예비심사를 거쳐야 한다. 이미 토지를 매입했을 때에도 분양보증을 받으려는 사업자는 사전심사를 거쳐야 한다.
토지매입 후 일정 기간 사업이 진행된 물량에 대한 통제가 되지 않아 미분양 관리지역에서 주택이 계속 공급되는 현상을 막으려는 조치다. 문제는 사업 시기를 조정한다고 해도 미분양이 크게 줄지 않는다는 점이다.
실제 경북 포항시는 2016년 10월부터 지난달 말까지 단 한 차례도 미분양관리지역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특히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722가구)이 9월 기준으로 전체 미분양(975가구)의 74%를 차지하고 있기도 하다.
경북에선 같은 해 10월 경주시, 12월 김천시, 다음해 9월 구미시가 관리지역으로 지정돼 현재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경북(3756가구)은 올해 전국에서 악성 미분양이 가장 많은 지역이며 2016년 이후 증가세도 매우 가파르다.
이밖에 충북 청주시와 경남 창원시가 2016년에 강원 동해시, 충남 서산시·천안시, 경남 김해시·사천시·거제시가 2017년에 지정, 3곳 중 1곳은 미분양관리지역 후 3년여의 세월이 흘렀음에도 여전히 정부의 관리를 받는 셈이다. 이들 지역 역시 경북 못지않게 악성 미분양이 많았다.
경남의 악성 미분양은 3423가구로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고 충남이 3005가구로 뒤를 이었다. 충북도 1177가구로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강원은 상대적으로 물량(757가구)이 적었으나 지난해(662가구)보다 증가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건설업계를 중심으로 정부가 미분양 물량을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관리지역에서 일정 기간 벗어나지 못하는 지역에서라도 미분양 아파트를 매입할 때 양도세·취득세 감면 등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면서 “미분양 적체로 지방 건설사의 부도 위험이 커지고 있다. 정책 기조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