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전부터 의사들과 유착관계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은폐와 수사 방해 시도 드러나
[매일일보 권희진 기자] 45억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뿌리다 적발된 CJ제일제당 임직원들이 무더기로 형사 입건됐다.
이들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은폐와 함께 수사 방해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드러나 이중 물의를 빚고 있다.27일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의사들에게 법인카드와 현금 등 45억여원 상당의 리베이트를 제공한 CJ 제일제당 영업총괄 상무 J(50)씨에 대해 약사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임직원 14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J씨를 비롯한 CJ 제일제당 임직원들은 지난 2010년 5월께 자사 의약품 처방을 유도하기 위해 전국 병·의원 의사 266명에게 법인공용카드를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경찰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실적 유지가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직전부터 전국 9개 사업부, 29개 지점을 동원해 리베이트를 제공하는 꾸준히 유착관계를 맺어온 것으로 드러났다.특히 자사에 우호적인 의사 266명을 선별한 뒤 중요도에 따라 최대 1억원까지 카드 사용 한도를 설정했으며 의사들은 1인당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개인적 용도로 카드를 사용했다.충남의 한 보건소에 근무하는 의사 A(57·여)씨는 법인카드로 돌침대, 명품시계, 냉장고 등을 구입하는 데 약 3400만원을 사용했으며 이 회사 의약품을 집중적으로 처방한 사실이 적발됐다.
2010년 11월 쌍벌제 시행 이후에는 CJ제일제당 직원 이름으로 된 법인카드를 주말에 의사에게 빌려 주고 다음 주 초에 돌려받는 방식으로 2억원어치를 사용하도록 한 혐의도 받고 있다.게다가 CJ제일제당은 수사 과정에서 증거 은폐와 함께 수사 방해까지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져 빈축을 사고 있다.수사가 진행되자 CJ제일제당 측은 의사들을 대상으로 임의수사에 협조하지 말 것을 요구하고 신용카드 가맹점에 포인트 적립내역 등 개인정보를 삭제하도록 요청하는 하는 등 증거 은폐나 수사 방해를 시도한 정황이 드러났다고 밝혔다.또 경찰에 출석한 의사들에게는 변호인을 선임해 주고 수사에 입회시켰다. 회사 임직원들은 병원 입원과 해외 출장 등의 이유를 들어 경찰 출석을 늦추기도 했다.하지만 경찰이 카드 거래내역 등을 통해 물적 증거를 확보하자 결국 회사 임직원들도 리베이트 제공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경찰 관계자는 "쌍벌제 시행 후에는 법인명의가 찍히는 법인공용카드 대신 개인 명의가 찍히는 법인개별카드를 제공하는 관행으로 바뀌었다"며 "리베이트 제공 주체가 회사가 아닌 간부가 되면서 '꼬리 자르기'가 가능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이 밖에도 경찰은 다른 제약회사 2곳이 충청 지역에서 의사들에게 각각 680만원과 220만원의 현금 리베이트를 제공한 사실을 적발하고 임직원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경찰은 제약회사로부터 리베이트를 받은 의사들에 대해서도 수사를 확대하고 있으며, 현재 형사 처벌이 예상되는 의사는 80여명 정도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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