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홍 전설-그리스신화 테세우스 모티브 별곡, 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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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홍 전설-그리스신화 테세우스 모티브 별곡, 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
  • 김종혁 기자
  • 승인 2019.11.19 07: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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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후 8시 한국문화의집(KOUS)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한국문화재재단은 오는 26일 오후 8시, 한국석유공업(주) 문화공연사업단과 공동 창작·제작한 ‘별곡(別曲)-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을 한국문화의집 무대에 올린다.  동·서양 악기들의 조화로 빚어낸 퓨전 국악 공연 ‘별곡(別曲)’은 한국문화재재단이 2017년부터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에는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창작 작품을 선보이는 신진 예술가들을 지원하는 창작공연 지원 프로젝트로 모노음악극 <괴물>을 선보여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동양과 서양의 만남, 하나의 전설 속 피어난 두 개의 장르

 ‘별곡 - 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은 우리 전통 속 백일홍의 전설과 고대 그리스 신화 속 테세우스의 이야기가 교차하는 지점을 모티브로 삼아 새로운 이야기를 펼치고 있다. 두 설화 속에는 사람들을 괴롭히는 괴물을 무찌르면 흰 돛을, 실패하면 붉은 돛을 달고 가겠다고 약속하는 용사가 등장해, 매우 흡사한 형식을 띤다. <붉은 꽃>에서는 태풍을 피해 외딴집에 잠시 몸을 피하게 된 나그네가 집주인인 여인에게 이 전설을 전해 듣는 것으로부터 극이 시작한다.  
양준모.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양준모.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여인이 들려주는 이야기 속에서는 난파된 이방인과 그를 구한 여인이 자신들이 알고 있는 노래를 불러주며 이 전설을 이야기한다. 그러나 전설은 전설로만 그치지 않고 여인과 이방인은 전설 속의 인물이 된다. 전설 속의 전설, 그리고 이야기 속의 이야기가 중첩되어 하나의 커다란 전설이 만들어진다.
한국문화재재단과 한국석유공업(주)은 전통문화 저변확대를 위해 지난 6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별곡 - 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은 그 첫 번째 사업으로 선보이는 공동 창작 프로젝트다.
박수범.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박수범.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클래식, 대중음악 등을 국악기로 연주하거나 오케스트라의 민요 연주 등 기존 퓨전 국악 공연이 가진 한계를 탈피하고, 양 기관이 지닌 노하우와 경험을 통해 새로운 형태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기획·제작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 동·서양의 소리 즉 목소리를 중심으로 서양의 가곡(Lied, 예술가곡), 오페라 아리아와 한국 전통 가곡(정가正歌, 가곡·가사), 판소리가 한 무대에서 어우러진다. 양 기관은 향후에도 문화유산 활용 공연 및 교육 등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통한 전통문화 알리기에 힘을 모을 예정이다.

바리톤 양준모, 정가 하윤주, 소리꾼 박수범이 엮어내는 ‘크로스오버 음악 드라마’

‘소리 판타지아 <붉은 꽃>’은 크로스오버 음악 드라마라는 독특한 음악극의 장르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의 오페라 갈라쇼나 전통 가곡 공연, 혹은 크로스오버 콘서트와는 달리 익히 들어 봤음 직한 성악곡이나 국악 곡이 하나의 이야기 위에서 중요한 장치로 설정된다. 여인과 이방인, 그리고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나그네가 행하는 음악 장르 자체가 극 안에 녹아 들어가 그 인물을 상징하는 역할을 한다.
하윤주.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하윤주. 사진=한국문화재재단 제공
즉, 각 음악 장르가 부딪히고 어우러지는 과정 자체가 이야기에 젖어 드는 장치로 작동한다. 각기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음악 장르의 흐름 속에서 “다름”과 “같음”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독특한 공연이다. 이방인 역할은 독일 최고의 바그너 가수상을 수상한 바리톤 양준모가, 여인 역에는 2019년 젊은 예술가상에 빛나는 하윤주가 맡아 정가를 선보인다. 나그네 역은 젊은 소리꾼으로 국악계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고 평가받는 박수범이 맡아 무대를 채워준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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