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 배후 美압력설 부인
이수혁 주미대사도 "美 건설적 역할로 日 변화"
[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별보좌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과 관련해 미국의 압력이 아닌 한일 관계개선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결정된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향후 한일 정상회담에서 성과가 날 경우 양국 간 새로운 관계가 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또 한일 정상회담의 핵심쟁점인 강제징용 문제 해법과 관련해서는 문희상 국회의장이 제안한 '1+1+α(알파)' 방안을 가장 합리적 선택지로 꼽았다.
❚ "한일 정상 교차 방문으로 새 관계 시작"
문 특보는 26일자 도쿄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일 간 합의 배경에 대해 "지소미아 종료 유예의 상응 조치를 일본에 요구했고, 일본이 긍정적으로 반응해서 문 대통령이 결정했다"며 "한일 관계 개선을 위한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음 달 한일 정상회담에서 성과를 내 문 대통령이 내년 일본을 방문하고,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한국을 방문한다면 새로운 관계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했다.
문 특보는 미국의 압력으로 한국이 결정을 내렸다는 견해에 대해 "물론 미국의 영향이 있었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은 주권국가다. 미국의 충고나 조언을 듣는 것이 있더라도 우리의 정책을 (미국) 마음대로는 할 수 없다"고 했다. 미국의 영향이 있었지만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결정했다는 것이다.
❚ 1+1+α 해법에 "일본도 최근 태도 변해"
문 특보는 한일 갈등의 주축인 강제동원 배상문제에 대해서는 "문 의장이 제안한 '1+1+α' 안이 원고 측도 일본 측도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합리적인 선택지가 아닐까"라며 "물론 원고 측과의 협의도 필요하지만, 일본 측도 당초 부정하다가 최근에는 태도가 변했다"고 했다. '1+1+α' 해법은 한일 양국 기업과 양국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기금을 조성해 강제 징용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자는 제안이다.
일본 정치권에서도 문 의장 해법에 관심을 보였다는 점과 문 특보의 평가를 감안하면 우리 정부가 문 의장 해법을 일본 정부에 제시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다만 강제징용 피해자 측과 일본 재계의 부정적 반응이 문제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게이단렌의 나카니시 히로아키는 전날 기자회견에서 "일한 관계를 재구축하고 싶지만 이 문제에 돈을 쓰는 것은 없다"고 했다. 일본 기업이 돈을 내서 징용 문제를 해결하는 기금을 만드는 구상에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 이수혁 "미국이 건설적 역할...한미 소통 강화"
한편 미국의 압력 때문에 지소미아 종료 유예 결정이 나온 것이 아니라는 문 특보의 설명은 이수혁 주미대사의 발언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 대사는 이날 공개된 특파원 간담회에서 "미국이 겉으로는 한국에 대해 압박하는 것으로만 비쳤지만, 실상은 미국 고위 인사들이 최근 일본과 한국 방문을 통해 한일 간 합의를 적극적으로 독려해 왔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한미 간 신뢰와 상호 소통이 강화됐다"며 "이를 토대로 한미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긍정적 영향을 기대한다"고 했다.
이 대사는 또 "일일이 협의 과정을 다 공개하기 어렵지만, 초반 완강하던 일본 입장에 미세한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고, 결국 지난 금요일 한일 간 합의에 이른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미국 측의 건설적 역할이 있었음을 짐작해 볼 수 있다"며 "한일 간 합의가 누구의 승리다, 또는 미국 압박의 결과로 평가하기보다는 지난 몇 주간 진행돼 온 한일 간 진지한 물밑 협상에 미국의 독려가 종합적으로 작용해 이뤄진 결과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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