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매물 거두고 다주택자는 양도세 부담에 버티기
[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서울 부동산 거래가 급감하며 매매시장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최근 집값 상승으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인 데다,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으로 시중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제한돼 거래절벽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집주인 대다수가 집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매물을 거둬들이고 호가만 올리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중과제도로 내야 할 세금이 부담돼 집을 팔지 않고 버티면서 매물 품귀 현상을 부채질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부동산정보광장)는 계약일 기준 2306건으로 전달(9009건)과 비교해 4분의 1 수준(76.4%)으로 쪼그라들었다. 통상 11월은 계절적 비수기로 전달보다 거래량이 감소하는 시기이지만 최근 5년간 같은 기간을 비교해 보면 그 낙폭이 가장 컸다.
2014년 29.04%(8370건→5939건), 2015년 32.16%(10614건→7200건), 2016년 52.63%(12177건→5768건) 줄었고 2017년에는 28.9%(6314건 → 8139건)나 매매가 늘었다. 그러다 2018년 다시 45.53%(3261건→1776건) 감소했다.
또한, 지난달 서울 25개 모든 자치구의 거래량이 감소했으나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 등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곳을 중심으로 매매 감소세가 크다는 특징이 나타났다.
송파구가 85.9% 감소해(627건→88건) 거래량이 가장 많이 줄었다. 광진구 83.1%(244건→41건), 강남구 80.2%(420건→83건), 양천구 79.5%(459건→94건)·성동구 79.5%(401건→82건), 강동구 78.3%(600건→130건) 등이 뒤를 이었다.
상황이 이런데도 매매가격은 거침없이 상승 중이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11월 25일 기준) 0.11% 오르며 22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특히 강남권이 강세다. 강남구 0.19%, 송파구 0.18% 올라 각각 전주(0.14%·0.13%)보다 상승 폭이 커졌다. 강동구도 0.17%로 전주 0.15%와 비교해 뛰었고 서초구는 전주와 같은 0.16% 상승으로 집계됐다.
학군선호도가 높은 양천구도 0.18% 올랐으며 동작구 0.14%, 강서 0.12%, 영등포구 0.11% 등도 서울 평균 이상으로 매매가격이 상승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다주택자들은 세 부담이 워낙 커 가격이 올라도 팔려 하지 않는다”면서 “정부가 보유세를 인상, 매매를 유도하려고 하지만 현재 상황에선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권 교수는 “한시적이라도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등 거래세를 낮춰 다주택자들이 자연스럽게 매물을 내놓을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며 “유인책이 없다면 서울 집값 상승과 공급 부족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