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춘 원내대표는 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국민의 마음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하겠습니다’란 제목의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정치혁신의 핵심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라며 “대표적으로 대통령 직속인 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의 국회 이관은 헌법 개정사항으로, 이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회개헌특위 구성이 필요하다.
박 원내대표는 특히 감사원에 대해 “이명박 정권 5년 동안 감사원의 감사는 4대강 부실 감사, 저축은행 봐주기 감사, KBS 정연주 사장 등 표적감사와 솜방망이 감사였다”며 “감사원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느라, 진실을 회피했다”고 질타했다.
그는 국회쇄신과 관련, “새로운 정치는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이라며 “의회가 ‘국민의 뜻’보다 ‘청와대의 지시’에 좌우되는 순간, 여야는 격돌의 수렁으로 빠지게 된다”고 강조했으며,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상임위원회 전환에 대한 추진 의지를 강조하기도 했다.
박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당선인의 밀봉인사 논란과 관련, “‘인사파동’의 장본인은 박근혜 당선인이다. 자체 인사검증 시스템이 취약한데 국회청문회마저 부실하게 만든다면 검증을 하지 말자는 것과 똑같다”며 ‘시스템 인사’로의 전환을 촉구했다.
그는 특히 박 당선인이 8년 전 한나라당 대표로 재직할 때 발언도 상기시켰다. 당시 박 당선인은 ‘고위공직자 인사 파문의 또 다른 충격은 모두가 불법적인 부동산 투기의혹에 연루되었다는 점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 ‘고위 공직자가 줄줄이 불명예 퇴진한 것은 기본적인 인사 시스템조차 작동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박 당선인을 향해 “여야가 바뀌었다고 원칙과 소신을 손바닥 뒤집듯 바꿔서는 안 된다”며 “자신의 부실 인사에 대한 사과나 반성은 하지 않고, 엉뚱하게 화살을 돌리려 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막말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 임명, 최대석 인수위원의 돌연사퇴, 이동흡 헌법재판소장 후보자 논란, 김용준 총리 후보자 자진사퇴까지 ‘당선인의 인사수첩’의 실체가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말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밖에 검찰개혁에 대해 “임기 초반에 추진해야 실현할 수 있다”며 ▲중수부 폐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 ▲검찰권 남용을 막기 위한 민주적 통제장치 강화 등을 촉구했다.
그는 4대강 사업 부실로 인한 안전문제, 생태계 파괴 등을 지적, 4대강 국정조사와 범국민조사기구 설치를 촉구하면서 “이미 투입된 국고 22조원뿐만 아니라 3년간 15조원이 더 들어가고, 유지보수를 위해서만 매년 1조원씩 쏟아 부어야 한다. 이대로 덮고 가는 것은 대형 참사를 방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쌍용차 문제에 대해서도 “쌍용자동차 국정조사는 대선 전 박 당선인뿐 아니라 새누리당 선대위원장과 당 대표도 약속한 사안”이라며 “외국자본의 쌍용차 헐값인수, 인권유린, 폭력사태, 불법 회계조작을 통한 정리해고 등 여전히 풀리지 않은 문제들이 많다” 지적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와 함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의 실체규명, 언론청문회 개최, 이명박정부 자원외교 비리의혹 규명, 책임정치 실현을 위한 정부조직개편, 일자리 창출, 생활물가 안정, 가계부채 해결, 공공보육시설 확대, 영리병원정책 폐기, 북한문제 평화적 해결 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박 원내대표는 “저희는 대선에서 국민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국민과 시대와 역사 앞에 너무 큰 죄를 지었다”며 “통절히 반성하고 다시 태어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