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미중 무역 완화 등 호재…D램·낸드, 바닥 탈출 ‘청신호’
3분기 이후 반도체 재고 감소…삼성·SK하이닉스 실적 상승 기대
[매일일보 황병준 기자] 부진했던 반도체 경기가 내년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바닥을 치던 반도체 가격은 반등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고, 5세대 이동통신(5G) 관련 투자 확대 등 호재가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무역 전쟁 완화에 따른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도 높아지고 있기 분석된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 경기가 내년 회복세에 돌아서고 오는 2021년 슈퍼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고 있던 반도체 재고 수준 역시 3분기 감소세를 보이면서 탄력을 받고 있다.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분기 대비 13.1% 감소한 12조6199억원,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2.1% 줄어든 5조4736억원의 재고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디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DDR4 8Gb D램 가격은 2.81달러, 128Gb MLC 낸드플래시 가격은 4.31달러를 기록했다.
D램 가격은 지난 7월 전월대비 11.2% 급락했지만 10월에는 3.4% 하락에 그치면서 바닥론에 힘을 얻고 있다.
낸드 128기가비트(Gb) 제품 가격은 지난 5월 3.9달러선까지 낮아진 후 10월 4.3달러로 회복하면서 반등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이 최근 공개한 통화신용정책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메모리 경기와 우리 반도체 수출은 내년 중반께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도체 경기 회복의 근거로는 반도체 제조용 장비 매출액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장비 업체인 네덜란드 ASML의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지난 2분기 전년동기 대비 6.3%의 역성장했지만 3분기 들어 7.6% 증가를 기록하는 등 제조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한은은 “반도체 투자가 크게 증가한 경우 1∼2년 이내에 D램 매출액이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며 “2017년 투자 급증의 영향으로 올해 상반기 중 대규모의 초과공급이 발생해 반도체 단가 하락세가 심화했다”고 설명했다.
산업연구원 역시 내년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5G 등 수요 회복에 힘을 얻은 반도체 산업은 회복세로 전환될 것이란 분석이다. 연구원은 글로벌 수요 위축과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인해 내년도 성장 동력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했다.
가트너, IHS마킷 등 글로벌 시장조사업체들은 2020년 반도체 시장 성장을 4.8%~10.2%, 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5.5%~17%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반도체시장통계기구(WSTS)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올해 반도체 시장 매출은 전년 대비 12.8% 줄어든 4090억달러(약 488조4000억원)로 예측했다. 하지만 내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규모는 올해 대비 5.9%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반도체 시장 확대에 기대감이 나오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상승도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매출 17조5900억원, 영업이익 3조500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9%, 77.6% 감소했고, SK하이닉스 역시 같은 기간 매출 6조8388억원, 영업이익 4726억원을 기록하면서 각각 40%, 93% 줄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실적 향상에 힘입어 내년 영업이익은 37조8402억원으로 올해보다 38.4%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으며, SK하이닉스는 내년 영업이익이 6조7587억원으로 기대된다.
반도체 장비 산업도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일본에서 열린 ‘세미콘재팬 2019’에서 발표된 전망에 따르면 내년 반도체 장비 매출액은 올해보다 약 5.5% 증가한 608억달러를 달성할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반도체 시장이 반등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며 “하지만 관건은 언제 실질적인 반등이 일어날 것인지와 어느 정도의 규모로 늘어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슈퍼 호황기를 맞은 지난해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2016~2017년 실적 수준으로 반등이 기대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