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00만대 생산 위험… 현대경제연구원, 2020년 387만대로 위축 전망
환경규제 등 전세계 수요 부진, 수출 부진으로 이어져… 중국 시장도 위축
무역 관세 등 현실화 시 수출 심각한 타격… 미국 FTA 등 업계 최대 관심사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국내 자동차 생산의 400만대 벽이 내년에는 사실상 무너질 전망이다. 지난해 403만대를 생산하며 간신히 400만대 생산을 지켰던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 11월까지 누적생산 361만3077대를 기록하며 400만대 경계에 서 있다.
지난해와 같이 12월 생산에 매진할 경우 400만대 생산을 간신히 유지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내년에는 수요 부진과 수출 감소로 인해 사실상 400만대 생산이 어려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지속적인 신차 출시에도 불구하고 수출 부진과 일부 업체의 파업 등으로 인해 자동차 생산‧출하 지수 증가율이 2019년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됐다. 자동차 제조업의 생산‧출하 지수 증가율은 올해 1분기 각각 2.5%, 3.9%에서 3분기에는 -0.5%, -0.2%로 전환했다.
자동차 재고지수도 1분기 14.5%에서 3분기 14.6%로 증가해 12월 생산여력이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세계 경기 둔화에 따른 수요 감소와 중동‧중남미 등 신흥국 수출 부진으로 수출증가율도 3분기부터 마이너스로 전환되는 등 올해 자동차 생산이 396만대에 그칠 것으로 현대경제연구원은 예측했다.
내년 생산대수는 내수 151만대(-1.3%), 수출 239만대(-1.6%)로 총 387만대를 예상했는데, 이는 환경규제 강화 등에 따른 수출 수요 감소와 부진한 내수가 주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원화 약세와 친환경차에 대한 수요가 유지될 경우 수출 감소폭이 완화될 전망이다.
KIET 산업연구원 역시 내년 자동차 산업의 전망을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자동차 수입의 경우 일본 불매운동에도 불구하고 신모델 투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출은 여전히 감소세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 산업의 부진이 이어지면서 제품가격은 긍정적으로 예상됐지만, 미진한 글로벌 경기 회복과 공급과잉, 환경규제를 포함한 보호무역 강화 등 대부분 지표에서 부정적인 의견이 나왔다.
2020년 자동차 산업은 글로벌 신차 수요 정체와 주요국 환경규제 강화, 국가 간 자동차 관세 분쟁 등이 주요 이슈로 부각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경우 이미 높은 자동차 보급률을 보이고 있고,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차량공유 서비스 확산 등으로 신차 수요는 지속적으로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선진국은 차량 구매력이 높은 반면 보급률 역시 높은 수준이 유지되고 있고, 최근 20~30대를 중심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 이용이 확산되고 있다.
전세계 완성차 업계는 주요국의 신차 수요 둔화와 친환경차 도입, 자율주행 및 승차공유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서비스에 대한 투자 확대에 나서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EU와 중국 등 주요 자동차 시장에서의 배기가스 배출 규제 강화에 따른 내연기관차 판매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EU는 2020년 1월부터 이산화탄소 배출량 기준을 강화하는 규제를 택해 초과 시 할증료가 부과된다. 중국도 배출 규제를 도입해 친환경 차량 생산 및 기존 재고 소진을 위한 비용 증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무엇보다 미‧중 분쟁과, 미‧EU, 한‧미 FTA 등 관세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수입 자동차에 관세 25%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하면서 실현 여부에 따라 국내 자동차 산업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시장에 큰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는 중국 자동차 시장 역시 내년에도 부진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자동차 판매량은 2531만대로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자동차유통협회는 2250만대로 10%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비관적 예상치를 내놓기도 했다.
중국 시장의 부진과 해외 시장으로의 수출 부진은 곧 국내 생산 감소와 완성차업계의 수익성악화로 이어져 자동차 산업의 부진을 뜻한다. 여기에 노조 리스크 역시 여전히 존재하고 있어 노조로 인한 손해 부분 역시 간과할 수 없는 한국 자동차 시장의 문제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