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14일 신년기자회견에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북미 협상과 관련, 북한이 우리의 중재 역할을 분명히 거부했음에도 불구하고 북미 대화 재개를 앞당기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북미 대화 교착...시간 여유 없어”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신년기자회견에서 “남북 간 그리고 또 북미 간 대화 모두 현재 낙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비관할 단계도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번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 생일을 축하하는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축하 메시지를 보내 대화 여지를 강조한 것은 대단히 좋은 아이디어였고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도 그 친서를 수령했고 그에 대한 반응도 즉각적으로 내놓았다. 두 정상 간 친분관계도 다시 한번 더 강조를 했다”며 “북한의 요구가 수긍돼야만 할 수 있다고 대화의 전제를 달기는 했지만, 여전히 대화의 문을 닫지 않았다는 걸 분명히 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면서 “외교라는 것은 눈에 보이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부분이 더 많이 있다. 북미대화의 교착 상태에 맞물리면서 남북관계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협력을 늘려 나가는 노력은 지금도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다만, 문 대통령은 북미 간의 대화 재개 시점에 대해서는 “시간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북미 간 최대한 조금 빨리 대화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고 우리 정부는 그렇게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북제재에도 할 수 있는 것 많아”
문 대통령은 남북 간 대화 단절 상황에서도 역시 남북 관계 전망에 대해 긍정론을 폈다. 북한이 명시적으로 우리 정부와의 대화 단절을 선언한 적이 없다는 게 근거다. 문 대통령은 대북 제재 틀 내에서 남북 협력 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은 “제한된 범위 내에서도 남북 간에 얼마든 할 수 있는 게 있다”며 “우선 접경지역 협력할 수 있는 게 있다. 개별관광은 국제 제재에 저촉되지 않아 충분히 모색될 수 있다”고 했다. 또한 “많은 스포츠 교류가 있다”며 “도쿄올림픽 공동입장식 단일팀 구성, 나아가서 2032년 올림픽 남북공동개최 이 부분도 합의한 것이라 그 부분을 추진해 나갈 구체적 협의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남북 관계를 협력해 나감에 있어 유엔 대북제재로부터 예외적인 승인이 필요하면 그 점에 대해서도 노력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사드 재검토 질문에 “답변 어렵다”
이날 외신기자들 사이에서는 북한과 관련해 한미연합훈련과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재검토 요구가 미국에서 나올 경우 우리 정부 입장을 묻는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구체적 문제에 답변하는 것은 어려움이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다만 한미훈련과 관련해 “한미 간 긴밀한 소통과 공조가 남북 관계 발전, 북미 대화를 이끌어 낸 것”이라며 “평창 동계올림픽에 북한을 참가시키기 위해 연합훈련을 유예할 수 있다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이후 남북 간 대화가 봇물처럼 터졌고 남북 대화는 북미 대화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북미 대화가 다시 교착상태이다. 모멘텀을 되살리는 한편 남북 간에도 북미 대화만 쳐다볼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해야 한다”고 했다.
▮ “징용피해자 동의 해법 가장 중요”
문 대통령은 잠시 유예된 한일 갈등과 관련해서는 “강제징용 판결 문제, 일본 수출 규제 문제,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 등 크게 세 가지 문제들 외에 한일 관계는 대단히 건강하고 좋은 관계”라며 “한일 관계를 미래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야겠다는 의지도, 한국이 일본을 가장 가까운 이웃국가로 여기고 있다는 자세는 확고하다”고 했다.
이어 한일 갈등의 근본 원인인 강제징용 문제와 관련해 “피해자들의 동의를 얻는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일본도 그에 대한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정부가 피해자가 수용할 수 있는 해법이라는 점을 충분히 염두에 두며 방안을 마련한다면 양국 간 해법을 마련하는 것이 크게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