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웨이항공‧에어서울, 비상경영 돌입하며 전 직원 대상 무급휴직 돌입
대한항공‧아시아나‧제주항공‧이스타항공도 지난해부터 인력 재조정 나서
당장 1분기 실적 전망 어두워…무급휴직 외에도 비용 절감 카드 모색 중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국내 항공업계에 무급휴직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에 이어 올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우한 폐렴) 확산으로 항공수요가 급감하자, 비용절감이라는 선제적 조치에 나선 것이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티웨이항공은 오는 19일까지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휴직을 받기로 했다.
신청자는 3월 한달 동안 임의로 휴직 기간을 정해 쉴 수 있다. △임직원의 효율적 시간 활용 △스케줄 근무로 인해 진행하지 못한 자기계발 △가족 돌봄 △재충전 등 유연 근무 일환으로 신청자에 한해 한시적으로 시행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앞서 정홍근 티웨이항공 사장은 지난 4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연속된 악재가 겹쳐 퇴로가 보이지 않을 정도의 어렵다”며 “기재운영의 최적화, 효율적인 인력운영, 투자계획 재조정 등을 통해 매출감소를 방어하고 비용절감에 매진할 것”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 자회사인 에어서울도 오는 5월까지 희망자에 한해 2주에서 3개월간의 단기 휴직 신청을 받는다. 최근 운항 중이던 중국 2개 노선(전 노선)을 모두 중단하면서 단기적으로 가동 인력에 여유가 발생한데 따른 조치다.
희망휴직과 무급휴가 등은 이미 국내 항공사 대부분이 진행 중이다.
대한항공은 작년 11월부터 창립 이후 처음으로 단기 무급 희망 휴직 제도를 실시했다. 운항 승무원과 해외 주재원 등을 제외하고 근속 기간 만 2년 이상의 휴직을 희망하는 직원은 3~6개월 간 휴직할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 4월 일반직 직원을 대상으로 15일에서 최대 2년의 무급휴직을 신청하도록 했다.
제주항공은 지난달 운항·객실 승무원을 대상으로 5~10일짜리 연차에 무급 휴가를 합해 최대 1개월까지 쉴 수 있도록 했다. 이스타항공 역시 최소 15일에서 최대 3개월까지 무급휴직 제도를 상시 진행하고 있다.
항공사들이 무급휴직에 나서는 이유는 갈수록 업황이 악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 항공사 8곳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중국 노선의 운항 편수를 줄이거나 아예 중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미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과 홍콩 시위 등으로 수익성이 대폭 하락한 상황에서 또 다시 전염병이라는 악재가 겹친 셈이다.
항공업은 지출하는 고정비 가운데 유류비 다음으로 인건비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때문에 무급휴직 등으로 인력을 조정하면, 인건비에 들어가는 비용을 최소화해 비용절감 효과를 볼 수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당장 외형확대가 어려운 상황이라 비용절감을 위한 무급휴직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면서 “현재 무급휴직 외에도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번 코로나 사태가 항공사들의 올해 1분기 실적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성봉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 확산 속도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때보다 훨씬 가파른 탓에 1분기 항공사들의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하다”며 “2월 중순을 기점으로 신종 코로나 확산세가 둔화해도 여객 및 화물수요가 즉시 회복하기는 어렵고 4월을 바닥으로 회복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