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토요타 JIT 시스템 변형시킨 JIS 도입…예기치 못한 재고부족 사태 불러
생산 및 관리에는 최적, 시스템 특성 상 부품 공급 하나 멈추면 전체 공정 ‘올 스톱’
[매일일보 성희헌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의 ‘직서열 생산방식(JIS·Just In Sequence)’ 구조가 공장 ‘셧다운’ 사태의 화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JIS 시스템은 재고와 물류비용을 줄일 수 있는 등 생산·관리에는 최적의 효율을 자랑하지만, 코로나바이러스 문제와 같이 예기치 못한 상황에 취약점을 드러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사태로 현대차 생산 공장이 7일 문을 닫았으며, 기아차도 10일 생산을 중단한다. 현대차 국내 공장은 10일 모두 문을 닫고 11일 팰리세이드, GV80, 싼타페, 투싼 등을 생산하는 울산 2공장만 가동한다. 나머지 공장은 12일 재가동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5일 간 조업 전면 중단하는 경우 6000억∼7000억원 수준의 생산 차질을 빚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기아차도 소하리, 광주, 화성 공장에서 10일 완성차 생산을 중단하고, 11일 이후 부품 수급 상황을 감안해 노사가 협의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를 비롯한 국내 자동차 업계에서 재고 부족 사태를 부른 제품은 배선 뭉치로 불리는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다. 이 제품의 공급 중단으로 잇달아 생산이 중단된다. 수작업으로 생산되는 와이어링 하니스는 자동차 조립 초기, 차량 바닥에 혈관처럼 깔아야 하는 부품이다. 와이어링 하니스는 차종·모델에 따라 종류가 달라 관리에 어려움이 있어 재고를 많이 쌓아두지 않는다.
이 같은 현대기아차의 공장 휴업으로 부품 납품이 중단되는 협력업체의 우려도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는 1차 협력업체만 350여개에 달한다. 2·3차 업체까지 포함 시 규모는 몇 배 더 늘어난다.
현대차는 토요타의 적시 생산방식(JIT·Just In Time)을 변형시킨 JIS 시스템을 도입했다. JIS 구조는 협력사로부터 각 부품이 필요할 때마다 즉시 조달받는다. 시간에 맞춰서 공급받는 것뿐만 아니라 조립순서에 따라 부품을 받아 차에 조립될 부품을 옵션에 따라 순서대로 부품업체에 주문을 한다.
JIT 방식은 토요타가 개발한 관리기법으로 적기에 공급과 생산을 이뤄 재고비용을 최대한 줄이는 시스템이다. 출하된 재료를 모두 사용하는 형태의 관리 방식으로 재고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단, 자동차 판매 급감 시 재고가 쌓이는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다만 JIS 시스템은 JIT와 달리 완성차와 부품업체 간 생산현황을 공유하기 때문에 더욱 능동적 생산관리가 가능한 한편, 재고를 JIT 시스템보다 더 적게 가져가 예기치 못한 사태에 취약한 모습을 보인다.
현대차는 부품업체당 자동차부품의 금형 한개만을 배당할 만큼, 간소한 단일공급체계를 구축했다. 원가관리와 재고 관리 등 최적의 생산·관리 시스템으로 꼽히지만, 하나의 공정에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자동차 조립공정이 올 스톱되는 단점이 있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은 한 가지 부품 공급이 미뤄지면 전체 생산이 다 중단될 수밖에 없다”며 “직서열 생산방식은 재고보관 비용과 유통가격을 아낄 수 있지만 남는 재고도 발생하지 않아 이번 코로로바이러스 사태와 같이 원청인 현대차가 조절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 시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