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지난해 적자확대…韓中 노선 운항 중단으로 수익성 악화 불가피
제주항공, 최근 위기경영체제로 선언…일각에선 이스타항공 인수 불발설도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시장 재편 중인 국내 항공업계가 ‘코로나 19’라는 돌발 악재를 만나 휘청거리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HDC현대산업개발을 새 주인으로 맞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적잖은 수익성 악화가 예상된다. 저비용항공사(LCC) 맏형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두고 위기경영체제 돌입한 상태라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연결 기준 작년 영업손실이 4274억원으로 적자 전환했다. 작년 매출액은 7조80억원으로 전년 대비 2.4% 감소했고 당기순손실은 8378억원으로 적자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하반기 한일 갈등과 LCC 공급 확대로 인한 경쟁 심화에 따른 여객 수익성 저하,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와 물동량 감소로 인한 화물 매출 부진, 환율 상승, 정시성 향상과 안전운항을 위한 투자 확대 등의 요인으로 실적이 악화된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 HDC현대산업개발 품에서 제 2의 도약을 예고하고 있다. 올해 4월 매각 및 인수 절차가 완료되면 2조2000억원 수준의 자본이 유입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부채비율이 업계 최고 수준으로 크게 개선되고, 재무안정성을 바탕으로 신용등급 상향 및 손익개선을 위한 투자를 확대할 수 있다.
하지만 인수 작업 후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감이 이어질 것이란 우려가 크다. 최근 코로나19로 중국 노선의 운항이 대폭 줄었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중국 노선 비중은 작년 3분기 말 19%에 달하는 등 국내 항공사 가운데 가장 높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중국 노선 26개 중 김포∼베이징을 비롯한 12개 노선의 운항을 잠정 중단하고 인천∼광저우 등 12개 노선의 운항은 감편하기로 한 상태다.
여기에 동남아 노선의 운항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인천∼대만 타이중 노선은 오는 26일부터, 인천∼태국 치앙마이 노선은 다음달 3일부터 각각 운항을 잠정 중단하기로 했다.
주 21회 운항하던 인천∼하노이 노선은 오는 18일부터 주 14회로 감편하고, 주 14회 운항 중인 인천∼방콕 노선 역시 주 7회로 운항 편수를 줄이기로 했다. 인천∼싱가포르, 인천∼냐짱(나트랑), 인천∼사이판 노선의 운항도 다음달 중순까지 감편한다.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지자 회사 측은 인력 조정으로 비용 절감에 나선 상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국내 정규직 캐빈(객실)승무원을 대상으로 이달 15∼29일 희망휴직 신청을 받고 있다. 여기에 오는 3월에도 희망휴직을 받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벌써부터 HDC현대산업개발이 승자의 저주에 걸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노선이 위축된 데다 코로나19로 중국과 동남아 노선이 타격을 받게 되면서 단기간 아시아나항공의 수익성을 끌어올리기 쉽지 않은 상황이 됐다”며 “과도한 재무적 부담과 경영 정상화 지연에 따른 지속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도 높아 승자의 저주를 피해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재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여러 금융회사와 접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회사는 보유현금 5000억원, 유상증자 4000억원, 공모회사채 3000억원, 기타 자금 8000억원 등으로 약 2조원의 인수자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스타항공의 인수를 추진 중인 제주항공 역시 상황이 좋지 않다. 인수 계약 체결이 지지부진해지면서 인수 불발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앞서 제주항공은 지난해 12월 이스타항공의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연내 SPA를 체결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제주항공은 지난해 말 계약 체결 시점을 올해 1월로 일정을 변경한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2월로 연기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연말연시와 설 연휴 등의 이슈로 진도를 내지 못했으며, 2월 중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라며 “시장에서 우려하는 인수 불발 등의 이슈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인수 자체가 불발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 터진 코로나19로 이스타항공 채무에 대한 부담이 가중됐을 것이라는 추측에서다.
실제 제주항공은 지난 12일 코로나19로 위기경영체제를 선언하면서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지난해 3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데 이어 올해도 코로나19로 중국 노선의 운항을 중단하면서 실적 전망이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최근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는 사내메일을 통해 “수익성 저하 차원을 넘어 생존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국면에 진입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은 지난 2018년 기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난해에는 일본 불매운동과 보잉 737 맥스 8의 운항 중단 등으로 경영 상황이 더욱 악화된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