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진 기업문화 익힌 젊은 총수들, 사회적 가치 경영 속도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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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선진 기업문화 익힌 젊은 총수들, 사회적 가치 경영 속도 낸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0.03.01 1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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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BRIT “사회적 가치 창출 기업의 필수목적”…EU는 성과 공개 의무
이재용 “상생이 최고 향한 길” 최태원 “사회적 가치 기여 50% 반영”
(왼쪽부터 시계방향)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최태원 SK 회장. 구광모 LG 회장. 사진=각사 제공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 구광모 LG 회장, 최태원 SK 회장. 사진=각사 제공

[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지난해 8월 미국 주요기업 최고경영자(CEO) 모임인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BRIT)’에서는 주목할 만한 선언이 발표됐다. BRIT는 “고객에 대한 가치 제공, 종업원에 대한 투자, 협력 업체와 공정하고 윤리적인 거래, 지역사회에 대한 지원, 장기적인 주주 가치 창출 등이 기업의 필수적 목적”이라고 선언했다. 이 성명에는 아마존의 제프 베이조스, 애플의 팀 쿡, 제너럴 모터스(GM)의 메리 바라, JP모건의 제이미 다이먼 등 세계적인 대기업 CEO들이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2018년부터 EU 국가 내 직원 500명 이상의 기업은 환경 및 인권, 반부패 등에 대한 비재무적 성과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한다.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성과를 중요한 경영 지표로 삼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이 글로벌 경영 문화에서 주요 의제로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사회적 가치’란 사회, 경제, 환경, 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지속가능한 공공의 이익과 공동체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를 뜻한다.

과거에는 사회적 문제가 기업의 비용으로 다뤄졌다. 사회적 문제는 기업이 관리해야 ‘리스크(위기·RISK)’ 중 하나였던 것이다. 하지만 전통적인 성장공식이 깨지고, 환경오염, 빈부격차, 기후변화 등 사회적 문제가 커지면서 사회적 문제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가 달라졌다. 단발성에 그치는 문제 해결이 아닌 근본적인 사회적 문제 해결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이끌어낼 수 있다고 본 것이다.

‘현대 경영전략의 아버지’라 불리는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석좌교수는 “비즈니스는 사회 문제를 방치할 때가 아니라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 할 때 기업이 바라는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게이츠도 2008년 다보스포럼에서 “기업이 이익만을 탐닉하는 전통적 자본주의 자세를 버리고 시장의 힘과 작동원리를 활용해 가난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는 창조적 자본주의를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에서는 이러한 사회적 가치 경영에 기업 총수들이 앞장서 도입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 활동이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경영의 일환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업문화가 먼저 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창립 50주년을 맞아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세계 최고를 향한 길”이라며 사회적 가치 창출 경영을 상생(相生)으로 압축했다. 이 부회장은 올해 첫 메시지로 “우리 이웃,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 성장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자 100년 기업에 이르는 길임을 명심하자”며 사회공헌 경영 의지를 재차 강조했다. 특히 이 부회장은 삼성의 새로운 사회공헌 프로젝트인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을 직접 챙기고 있다. ‘함께가요 미래로! Enabling People’은 이 부회장이 2018년 경영 복귀 후 삼성만의 장기적인 사회공헌 활동을 주문하면서 시작됐다.

최태원 SK 회장은 사회적 가치 창출을 경제적 가치와 똑같이 경영의 한 축으로 삼았다. SK의 경영바이블인 SKMS에는 “기업은 경제발전에 기여함을 물론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사회와 더불어 성장한다”고 규정해 놓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사회적 가치 측정 지표를 개발해 “KPI(핵심 평가 지표)에 50% 반영한다”고 밝혔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올해 신년사를 통해 협력사 상생협력 및 일자리 창출과 같은 사회적 책임에 최선을 다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 수석부회장이 자신의 명의로 신년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전국 초·중·고교 공기청정기 1만대 무상 지원’ 약속을 지켰다. 구 회장은 지난해 3월 ‘사상 최악의 미세먼지’가 이어지자 기업의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각 학교에 공기청정기 무상 제공을 결정했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웃과 환경은 효성과 함께 크고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라며 그룹의 사회공헌 활동을 직접 챙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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