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하게 표현된 미디어아트에 유명 음악가들의 곡이 어우러진 몰입감 높은 전시
비발디, 륄리, 브람스 등의 클래식 음악과 마일즈 데이비스의 재즈 등 다채로운 음악 선사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제주 ‘빛의 벙커 : 반 고흐’전의 흥행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미디어아트에 유명작가들의 음악이 어우러져 전시 감상 포인트로 주목받고 있다.
빛의 벙커는 제주 성산에 위치한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관이다. 작년 12월 6일 개막한 반 고흐전은 47일만에 10만 관객을 돌파하는 흥행 성과를 거뒀다. 눈으로만 감상할 수 있는 타 전시와는 다르게 시각과 청각을 동원한 몰입감 높은 전시라는 관람 후기가 입소문을 탄 덕분이다.
특히, 이번 전시는 반 고흐와 폴 고갱의 작품을 생생하게 표현한 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비발디, 브람스와 같은 음악계 거장들의 곡도 만나볼 수 있어 일반 관람객은 물론 음악계의 뜨거운 관심을 얻고 있다.
전시의 시작을 알리는 프롤로그에는 프랑스 음악계를 주름잡았던 오페라 음악의 거장 ‘장 밥티스트 륄리’의 몰리에르 연극 ‘서민귀족’이 삽입됐다. 이는 프랑스 예술속으로 관객들이 장중하게 입장하는 느낌을 매우 잘 살린 곡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시는 초반부터 관객을 한 순간에 몰입하게 만들며 계속 이어진다.
반 고흐의 대표작 ‘별이 빛나는 밤’ 등이 상영되는 ‘올리브 나무와 사이프러스’ 시퀀스에는 바로크 시대 유명 음악가 ‘비발디’의 ‘사계 3악장’이 사용됐다.
폭풍우가 몰아치는 듯한 느낌을 주는 사계 3악장을 통해 당시 반 고흐가 느꼈던 혼란스러움을 관객들도 함께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뒤이어, ‘루카 롱고바르디’의 ‘재녹음된 모짜르트’가 천재 미술가 반 고흐를 찬미하는 느낌을 전한다.
반 고흐의 걸작이 다수 탄생한 ‘아를에서(1888년 2월~1889년 5월)’ 시퀀스에서는 현대 재즈의 거장 ‘마일즈 데이비스’의 ‘사형대의 엘리베이터’가 흘러나온다.
이 곡은 ‘밤의 카페 테라스’와 같은 강렬한 색채의 화풍과 어우러지며 전시를 절정으로 이끈다. 또한, ‘생레미 드 프로방스(1889년 5월~1890년 5월)’에는 자화상 시리즈와 함께 미국 싱어송라이터 ‘니나 시몬’의 ‘오해하지 마세요’가 사용되어 그의 불안한 심리상태와 고뇌를 표현했다.
전시 막바지에는 반 고흐 생의 최후에 작품 ‘까마귀가 나는 밀밭’이 등장한다. 더불어, ‘브람스’의 ‘피아노 협주곡 2번 Bb장조 Op.83의 1악장’이 슬픈 감성을 더한다. 이 마지막 장면은 밀밭에서 까마귀가 날아다니며 관객에게 다가오는 듯한 미디어아트와 함께 비극적인 음악이 더해져 강렬한 여운을 남긴다.
이번 전시에서는 반 고흐의 회화와 드로잉을 32분간 상영한다. 뒤이어, 반 고흐와 강렬한 영향을 주고받았던 폴 고갱의 작품도 10분간 감상할 수 있다.
장일범 음악 평론가는 “한 번에 다 모아볼 수 없는 반 고흐의 미술 작품이 바로크, 낭만주의, 현대음악, 재즈, 록 등 다채로운 음악과 함께 펼쳐지는 놀라운 몰입형 미디어아트 전시”라며, “이어지는 폴 고갱 전은 더욱 깊은 울림을 준다”고 감상평을 전했다. 한 시대를 풍미한 미술·음악계 거장들의 작품을 동시에 만나볼 수 있는 ‘빛의 벙커 : 반 고흐’전은 10월 25일까지 진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