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마저 금지돼 헤지펀드 핵심전략 ‘롱/숏’도 위축
[매일일보 홍석경 기자] 양매도 전략을 구사해오던 헤지펀드들이 앞으로 6개월간 생존 고심에 빠지게 됐다. 코로나19에 따른 주식시장 악화로 최근 한 달간 순자산 1조2000억원이 넘게 감소한 가운데, 공매도 마저 금지되면서 수익률 내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22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한국형 헤지펀드의 순자산은 32조8000억원으로 1월 대비 1조2000억원 가량 줄었다. 이 중 채권상품인 레포펀드를 제외한 우리나라 헤지펀드의 순자산은 전월보다 1조원 줄어든 24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레포펀드를 제외한 우리나라 헤지펀드의 주요 전략을 살펴보면 다양한 자산에 투자 포지션을 구축하는 멀티전략이 26.0%를 가장 높은 비중을 보이고 있고, 주식시장 상승과 하락에 대응한 롱/숏 전략이 10.8%를 차지한다. 이 밖에 전환사채(CB) 등 메자닌과 기업공개(IPO) 전략이 각각 9.7%, 10.1%, 코스닥벤처펀드 10.2% 순이다.
2월 한 달 간 헤지펀드는 시장보다는 나은 성과를 보였지만 국내 코로나19 확산의 여파는 피하기 어려웠다. 지난 1월 20일 코로나19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코스피와 코스닥 모두 30% 이상 하락한 상황이다.
특히 부진한 성과는 롱/숏과 멀티전략 펀드에서 두드러졌다. 삼성헤지운용의 ‘삼성 H클럽 Equity Hedge’는 최근 한달간 -4.09%의 성과를 보였고, 머스트자산운용의 ‘머스트 1·2·3호’ 모두 5%가 넘는 손실을 보였다. 멀티전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도 부진했다. 멀티전략을 추구하는 NH헤지자산운용(NH 앱솔루트 리턴)과 타임폴리오자산운용(타임폴리오 The Time-A), 안다자산운용(안다 크루즈)도 각각 -1.6%에서 -2.5% 등 모두 마이너스를 보였다.
시장 부진이 극심한 가운데 헤지펀드 간 희비도 엇갈리는 양상이다. IPO와 레포펀드의 경우 이들 펀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익률 방어에 성공했다. 레포펀드 중심의 인하우스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교보증권과 신한금융투자, IBK투자증권으로는 불확실한 시장에도 불구하고 자금이 유입했다. 삼성자산운용의 경우 채권전략을 구사하는 ‘삼성 라파엘 펀드’ 덕에 2월 중 760억원 가량 설정액이 증가했다.
반면 설정액 감소 운용사로는 타임폴리오가 969억원으로 가장 많았고, 위너스자산운용과 아름드리자산운용도 각각 727억원, 669억원 자금 유입이 줄었다. 특히 위너스자산운용의 경우 이달 초 니케이225 기초상품에서 발생한 손실로 3월에도 설정액 감소를 면치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규모는 500억원 가량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가 꺼내는 공매도 한시적 금지 조치도 헤지펀드의 생존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헤지펀드가 주로 주식시장 상승기와 하락기 모두에서 매수, 매도 전략을 구사해 수익을 추구해 왔지만, 이번 조치로 팔 하나가 사라진 셈이다.
최창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롱숏전략이 헤지펀드 핵심 전략 중 하나라는 점을 감안하면 헤지펀드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 있다”면서 “전략적 자유도의 축소와 일정 부분 수익률 하락도 감내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저작권자 © 매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좌우명 : 읽을 만한 기사를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