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예약 건수 사실상 0건… 폐업 여행사 56곳 달해
호텔업계 임시휴업 ‘한숨’… 상품판매 중단 100여 곳
[매일일보 한종훈 기자] 전 세계 신종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팬데믹 쇼크로 관광업이 휘청거리고 있다. 사실상 공황상태에 빠지면서 산업 자체가 고사 위기에 놓였다. 여행과 숙박업계에서 휴업과 폐업은 이제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됐다.
지방자치단체 개방 여행업 인허가데이터에 따르면 코로나19 국내 확진자가 발생한 1월 2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56곳에 달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하루 1곳 이상 여행사가 문을 닫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여행업협회가 자체적으로 2월 말부터 3월 중순까지 국내 인바운드 여행사 100여 곳을 조사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후 방한 외국인 관광객의 77%가 여행을 취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이들 업체가 입은 손실은 약 330억원 규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뿐만 아니라 국내 여행업계 1위인 하나투어의 2월 모객 현황에서 해외여행 수요는 4만9000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5%가량 줄었다. 모두투어는 3만7000명으로 77% 떨어졌다. 문제는 코로나19가 전 세계로 확산된 3월에는 사실상 예약 건수가 0건이라는 점이다. 이 같은 상황에 주3일 근무제와 유급휴직, 무급휴가 등을 동원하며 위기 타개에 나서고 있다.
호텔업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온라인 여행 예약 플랫폼인 트립닷컴도 지난달 말부터 이달 10일까지 상품판매를 중단해달라고 요청한 국내 호텔이 100곳에 달했다고 전했다. 호텔스닷컴의 2월 결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0%, 아고다는 같은 기간 61% 줄었다.
특히 외국인의 발길이 떨어지자 성황을 이루던 서울 명동인근의 3~4성급 호텔들은 최근 임시휴업에 들어갔다. 이들 호텔은 길게는 다음 달 말까지 영업을 중단한다. 5성급 호텔들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롯데호텔은 대구·경북에서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되기 이전인 지난달 중순 이미 예약 취소 건수가 5만 건을 넘었다. 호텔신라도 코로나19 이후 객실점유율이 20~30%까지 낮아진 상태다.
호텔 역시 생존을 위해 무급휴직을 신청받는 등 팔을 걷어붙였지만 역부족이다. 지난달 롯데호텔이 호텔업계 최초로 무급휴직 신청을 받았다. 이어 호텔신라, 한화호텔앤리조트도 이달 초부터 자율적 무급휴직을 시행 중이다. 롯데와 한화는 임원 급여도 10~20%씩 반납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5월 초 중국의 노동절 연휴 때쯤에는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고 내다봤다”면서 “하지만 지금 상황으로 봐서는 더 오래걸릴 것 같다. 더구나 도쿄올림픽도 연기될 것이 유력해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