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취업지원제도의 근거법인 ‘구직자취업촉진법 제정안’과 예술인의 고용보험 가입 근거 규정을 담은 ‘고용보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 통과를 앞두고 있다. 기쁘게도 예술인을 위한 고용보험이다. 그동안 고용안전망 밖에 놓여있던 예술가들을 위한 법안이니 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필자로서는 환호하는 게 마땅하겠다. 하지만 마냥 반길 수만 없다는 솔직한 심정을 토로할 수밖에 없다. 예술 산업에 종사하는 사업주의 보험료 부담은 물론이고 실직하기 직전 2년 동안 총 9개월 이상 보험료를 내야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경우 전업 작가가 순수하게 작품 활동으로 얻게 되는 수입은 크게 두 가지다. 자신의 작품이 판매가 될 경우가 하나요, 전시 참여에 대한 아티스트피(Artist Fee, 예술가 보수)를 지급받는 경우가 나머지 하나다. 문제는 국내에서 특히 시각예술 분야에서 보험료의 절반을 부담해 줄 사업가와 함께하는 작가는 극소수라는 점이다. 일부 메이저 갤러리와 전속으로 계약관계가 있는 극히 일부의 유명 작가 정도가 전부다. 심지어 이런 유명 작가들 중에서도 일정 금액의 월급 형태로 보수를 받고 있는 이들은 드물다.
현실적으로 절대 다수의 작가들은 자신의 작품을 가능한 알리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고,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다각도로 전시를 준비하는 게 보통이다. 그 결과 전시는 동시다발적이고 자유로운 형태를 띠게 된다. 이런 현실을 예술인 고용보험 조항에 적용해보면 고용안전망 안으로 진입할 수 있는 작가는 찾아보기 힘들어진다. 참여하는 전시가 9개월 동안 지속되는 경우도 거의 없고, 9개월 동안 작품이 꾸준하게 판매되거나 아티스트피가 매월 지급된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실업급여 수급 요건 중 ‘재취업 노력을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는 조항도 마찬가지다. 순수 작가들은 결코 구직활동을 적극적으로 벌이기 힘들다. 실상 갤러리가 투자가치가 있다고 판단했을 때 선택받을 수 있을 뿐이다. 이런 선택을 받는 작가가 매우 드문 것은 물론이다.
예술인들도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직격탄을 맞았다. 그런 예술인을 가장 먼저 고용안전망 확대 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무척이나 고마운 일이다. 하지만 대통령도 말했듯이 고용보험 확대는 치밀하고 섬세해야 한다. 좋은 뜻의 제도도 정교하게 준비되지 않으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참으로 가슴에 와 닿는 말이다. 대통령의 주문 그대로 정부와 국회가 다시 한 번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를 섬세하게 다듬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