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쇼오링 정책, 자국 생산시설 확대 및 내수 진작 효과
중국 중심의 공급망 붕괴, 코로나19로 세계 공급망 재편성
수출 위주 한국 기업, 각국 보호무역주의에 해외 진출 기로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세계 각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보호무역주의로 돌아설 가능성이 커지면서, 주요국들이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반덤핑 등 수입규제와 함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유턴 유도) 정책에 나설 전망이다.
최근 미·중 갈등이 코로나19 책임 공방으로 심화되는 양상을 보여 국제 정세도 덩달아 불안한 모습이다. 지난 1분기 미국의 중국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15.4% 감소하는 등 1단계 합의 이행 가능성이 줄어들면서 미국의 통상 압박 수위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커졌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각국에서 자국 기업과 산업 보호를 위해 리쇼어링 정책을 천명하고 있다. 리쇼어링 정책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 번째는 코로나19를 겪은 국가들이 자국의 생산시설 확대에 대한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로 시작된 리쇼오링 정책은 코로나19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 국제분업 체계의 재편과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두 번째는 중국 중심의 공급망에 대한 재편 필요성이 부각됐다. 코로나19 발병으로 중국발 부품 공급 차질을 빚으면서 세계 공장이 멈춰서는 일이 발생했다. 지난 2월 글로벌 자동차 생산량은 물론 노트북 출하량과 스마트폰 생산량도 급감한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 내 거점을 둔 다국적 기업들의 본국 회귀 가능성이 점쳐진다. 중국 의존도가 높은 일본의 경우 긴급 경제대책 일환으로 리쇼어링 정책을 적극 지지하고 있다. 유턴 기업의 이전 비용을 2/3 수준까지 일본 정부가 분담한다.
미국은 코로나19 이전부터 리쇼어링 정책을 펼쳐왔다. 특히 세계 주요 기업에 반덤핑 관세 폭탄을 적용해 자국 내 공장 설립을 유도해왔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세탁기 공장이 있고, 최근에는 대만 TSMC가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을 확정하도록 했다. 이는 삼성전자 역시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다.
한국 정부도 전세계의 리쇼어링 정책에 발맞춰 국내 기업의 해외공장 국내 유턴을 지원할 방침이다. 1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기업의 국내 복귀 활성화 정책을 추진한다. 이에 따른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국내 유턴을 위해서는 그만큼 ‘당근’이 제시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국내 수출기업들의 경우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해외 수요가 대부분인 수출기업들은 오히려 세계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공장 투자 등 해외 진출을 검토해야 하는 상황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의 반도체 공장이 있다. 주요 고객이 미국에 몰려 있는 상황에서 관세 등 수입규제 조치를 뚫고 경쟁사와 대등한 게임은 불가능하다.
특히 한국이 수출 위주의 산업인 만큼 각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대비해 4차 산업 관련이나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3대 신산업 같은 유망 산업의 해외 진출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리쇼어링 정책은 내수 진작 효과를 불러오는 만큼 코로나19 이후 산업 재편의 핵심이 될 것”이라며 “WTO를 중심으로 한 자유무역주의 기조가 반세계화 국면을 맞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