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성동규 기자] 세계적인 경제 위기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얼마 되지 않는 여윳돈으로도 돈을 불릴 수 있는 투자처를 찾는 서민이 늘어나는 추세다. 동시에 이들의 공포심과 욕망을 악용하는 기획부동산업자들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밸류맵이 개발한 기획부동산 추적 알고리즘에 따르면 지난해 경기 임야 지분거래 약 4만4321건 중 95.1%인 4만2192건이 기획부동산 거래로 추정된다. 거래 면적은 1143만9804㎡로 여의도 면적의 4배에 달하고 거래금액도 1조에 육박한 9147억원에 달했다.
경기 지역 임야가 기획부동산 거래가 가장 많을 것으로 예상해 임야 지분거래를 산출했으나 전국으로 확대해 분석한다면 최소 두 배 이상의 토지가 기획부동산 지분거래 피해를 보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서는 기획부동산의 유사한 영업형태가 언론을 통해 대한민국에 처음 알려진 게 1983년, ‘기획부동산’이라는 용어의 공식적인 등장은 1999년으로 보고 있다. 최소 20년에서 40년 가까이 비정상적인 영업방식이 시장에서 통용되고 있다는 말이다.
이들의 판매 형태는 과거 필지 분할 방식에서 지분거래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지만 근본적으로 부동산, 특히 토지를 매개로 고수익을 담보하며 투기심리를 자극한다는 근간에는 변화가 없다. 하지만 30년 가까이 이들의 영업행위를 이어갈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부동산 대박 신화를 꿈꾸는 수많은 대중의 투기심리도 큰 몫을 한다.
밸류맵에 들어오는 제보들을 보면 기획부동산 피해자는 사회 초년생이나 가정주부, 결혼이민자나 중국 교포들이 상당수다. 토지를 매입해 활용한다기보다는 보상이나 매각을 통해 단기에 큰 수익을 원하는 사람이 대부분인 셈이다.
부동산 폭등기에 강남 아파트들이 수억 원씩 차익을 남긴다는 뉴스에 나도 부동산에 뭔가를 해보고 싶은 조급함과 ‘땅은 배신하지 않는다’라는 허황한 속설에 적게는 수백만 원에서 많게는 수천만 원의 돈들이 기획부동산을 배를 불리는 데 사용되고 있다.
할아버지와 손자가 함께 매입한 토지나, 4인 가족 명의로 매입하는 사례들도 결국에는 ‘내 손에서 혹시 안 되더라도 물려주면 된다, 언젠가는 되겠지’라는 심리 때문이 아닐까 추정해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지난 10년간 수도권에서 보상한 토지 중에 기획부동산에서 판매한 토지로 추정되는 필지가 딱 3곳 있었다. 그것도 필지 전체가 아닌 1.5~4% 미만의 소규모만 매입가 수준에서 겨우 보상받고 95% 이상의 토지가 아직도 묶여 있다.
수십 명의 타인과 묶여 있는 기획부동산 토지는 10년만 지나도 상속 등으로 인해 지분권자가 더 늘어나고 각각의 지분에 대한 경매나 가압류 등으로 인해 등기부를 해석할 수 없을 정도로 권리 관계가 복잡해진다. 혹 민간에서 해당 토지를 매입해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해도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이다.
폭리를 노리고 속임수를 취하는 업자들이 가장 큰 잘못이긴 하다. 하지만 투기심리에 더해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지 않고 수익을 기대하는 투자자들도 결코 비난을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최근에는 수많은 부동산 정보들이 아주적은 비용이나 무료로 시중에 나와 있다.
이를 조금만 냉정하게 살펴본다면 지난주에 기획부동산이 3.3㎡당 4만원에 산 토지를 20만원에 주고 매입하고 더 큰 수익이 날것이라 기대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