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세계 최대 인터넷 검색 사이트 기업 구글은 미국 워싱턴에서 ‘홀리데이 라이츠’(Holiday Lights)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미국 56개(자치령 포함) 주를 상징하는 56개의 크리스마스트리 조명을 통해 통합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프로젝트였다. 이 조명의 코딩을 맡은 이들은 미래의 주역인 미국의 소녀들이었다. 구글은 이 프로젝트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환기시키며 문화기업이라는 후광을 입게 됐다.
구글의 홀리데이 라이츠 프로젝트는 소비자와 기업을 친근하게 연결해 주는 인터랙티브 아트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아트는 콘텐츠에 내재되어 있는 참여성, 능동성, 상호 작용성, 연결성 등의 요소를 통해 소비자의 흥미를 유발시키고, 공감각적인 인터페이스를 이용해 오감을 자극하는 등 다양한 체험과 문화예술 가치를 제공하며 자사 제품 홍보를 창의적으로 발현시켜준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선지 최근 몇 년 사이 기업들은 인터랙티브 아트에 주목하고 이를 문화마케팅의 도구로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가령 럭셔리 패션브랜드 버버리는 프랑스 파리의 유명 쁘랭땅 백화점의 쇼윈도에 < Voyage Magique >(2014) 작품을 설치했다. 방문객들은 자신의 핸드폰을 버버리 와이파이에 연결한 뒤 손가락으로 화면을 슬라이딩함으로써 곳곳의 쇼윈도우 내 버버리 설치 작품들을 관람하며 사진을 찍어 공유했다. 손가락 터치 하나로 설치 인형을 움직이게 하거나 작품 속 날씨를 변화시키는 것도 가능했다. 버버리와 쁘랭땅 백화점은 모바일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인터렉티브 아트를 통해 동심을 자극하는 아기자기한 인형과 분위기를 압도하는 화려한 배경의 시지각적인 측면, 스마트폰을 활용한 체험적 요소로 버버리의 혁신적 이미지를 다시 한번 소비자에게 심어주는 반응을 얻었다.
우리 기업들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종합 제지업체인 한솔제지는 1997년 국내 최초의 종이전문박물관 페이퍼갤러리(구 한솔종이박물관)을 개관하여 종이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곳을 찾으면 < Ink Drops to the Origins >라는 작품을 볼 수 있다. 인터렉티브한 요소를 통해 종이의 미와 순수성을 찬양하는 작품이다. 전시공간에 들어서면 관람객은 웨이브를 형상화하는 큰 종이 여러 장을 맞닥뜨리며 바람소리와 바닥으로 떨어지는 가상의 잉크 방울소리를 듣게 된다. 종이로 떨어지는 잉크 방울을 받으면 종이의 움직임에 따라 방울은 흐트러지게 되고 잉크 방울을 또 다른 종이로 옮길 수도 있다. 이 종이에서 저 종이로 옮길 수도 있다. 이 잉크 방울은 다른 관람객의 잉크 방울과 어우러지게 되면 큰 한글을 형상화하게 되며 완성된 글자는 바람을 불면 흩어지기도 한다. 이처럼 관람객은 종이와 잉크, 문자와 정체성 간 긴밀한 관계를 드러내는 창조적이고 협동적인 행동을 취함으로써 인터렉티브 아트를 경험하고 종이를 통한 한솔제지의 메시지를 얻게 된다.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맞물려 현재 인터랙티브 아트는 VR(가상현실)·AR(증강현실)과 융합하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코로나로 모든 전시와 공연이 제한적으로 위축되어 있는 지금 이런 변화가 어쩌면 문화산업에 새로운 동력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