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번주 일본을 방문해 새 정부 출범 후 첫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개최하려던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우리 정부가 수차례에 걸쳐 ‘자제’를 요청했음에도 일본 각료들이 태평양전쟁 A급 전범들이 합사돼 있는 야스쿠니(靖國) 신사를 잇따라 참배했기 때문이다.자민당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부총리 등 각료 3명은 앞서 춘계 예대제(例大祭·제사·4월21∼23일)를 맞아 야스쿠니 신사에 잇달아 참배했다.이에 대해 22일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일본 내각의 2인자인 아소 다로 부총리까지 신사 참배를 한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라며, “윤 장관의 이번 방한은 한일 새 정부간 큰 방향을 설정하는 것이 목적이었는데 이런 분위기에 가봐야 생산적인 논의는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지난달 취임한 윤 장관은 새 정부의 외교정책을 설명하고 한반도 정세 협의 등을 위해 주변국을 방문해 외교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윤 장관은 지난 2일 워싱턴을 방문한데 이어 24일에는 중국을 방문, 왕이(外交部部长) 외교부 부장 등 중국 지도부와 만날 계획이다.
윤 장관은 이어 26∼27일 일본을 방문해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 과 회담을 가지는 방안을 추진해 왔지만 일본 정부 인사들의 야스쿠니 참배에 따라 과거사 문제가 대두되면서 향후 회담 일정을 기약할 수 없게 됐다.윤 장관의 방일 취소는 새 정부 들어 처음 열릴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과거사 문제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일본 각료의 야스쿠니 참배로 인해 분위기가 악화된데다가 일본의 진전된 입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윤 장관의 전격적인 방일 취소에 따라 한일간 정상회담 역시 일본의 7월 선거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적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박근혜 대통령이) 현실적으로 일본을 금방 가기는 쉽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앞서 아베 신조 총리가 지난 2월 박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결과적으로 불발됐다. 일본은 우리 새 정부 출범을 앞둔 지난 2월 시마네현이 주최하는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 행사에 중앙 정부 당국자를 처음으로 보내 우리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지난달 26일에는 독도를 한국이 일방적으로 점거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교과서 검정 결과를 발표했고, 이달 5일에는 ‘독도는 역사적·법적으로 일본 땅’이라는 주장을 담은 외교청서(한국의 외교백서에 해당)를 발간, 한국 내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한편 잇따른 일본의 도발에도 불구하고 한일관계를 관리하고 조속히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외교 전문가는 “지금 한일간에는 북한 문제도 있고 아베노믹스도 있다”면서 “서로 많은 이야기를 해야할 시점”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