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lack Lives Matter(흑인 목숨도 중요하다)는 외침이 전 세계를 뒤흔들고 있다. 미술계도 예외가 아니다.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눌려 사망한 플로이드를 추모하는 작업에 나섰다. 돌이켜보면 미술인들은 이전부터 인종과 피부색, 국가와 민족, 문화와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리는 데 헌신해 왔다. 오늘은 특히 한국 작가들의 헌신과 노력을 소개하려고 한다.
‘소통과 기억의 설치미술가’로 평가받는 김승영 작가는 2013년 미국 맨해튼 할렘공원에서 ‘할렘 프로젝트’을 선보였다. 그는 종이비행기에 점자로 ‘왜 사랑하기를 두려워하는가’라는 문장을 새겼다. 그리고 행인들 모두가 이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인종과 피부색에 따른 차별을 없애고 국적과 빈부, 민족과 언어의 차이를 떠나 화합으로 향하기 위한 퍼포먼스였다.
처음에는 머뭇거리던 아이들이 하나둘씩 다가와 종이비행기를 날렸다고 한다. 또 어떤 부인은 종이비행기가 공원을 하얗게 뒤덮은 광경을 보고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고 하는데, 이에 작가는 “여기는 평화로운 공항이에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예술을 통해 뉴욕인들의 변화를 이끌어낸 것이다.
김승영 작가는 1999년 뉴욕현대미술관 레지던시 시절 이방인이 겪어야 하는 차별의 장벽을 느꼈다고 한다. 이후 ‘타자와의 소통’은 그의 작품에서 화두가 됐다. 그는 역사와 정체성을 풀어내기 위해 대한해협에서 일본 작가와 만났고(바다 위의 소풍), 10개국 언어가 서로 부딪치며 반복되는 사운드아트 작업(헬로)과 타인과의 내외적 교류를 가로막는 장애를 다룬 작업(벽)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몇해전 서울시청 광장에도 설치된 적이 있다. 시청 광장에 있었던 ‘시민의 목소리’다. 이 작품은 200여개의 스피커가 5.2미터 타워 형태로 쌓인 모습이다. 작품 앞에 설치된 마이크에 목소리를 녹음하면 다양한 배경음과 함께 타워를 타고 울려 퍼진다. 화합의 메시지다.
강익중 작가는 다인종 다문화를 바탕으로 인류애의 따뜻한 마음을 모으는 공공미술작가다. 그는 실향민들이 그린 그림 500점을 모아 런던 템즈강 위에 띄우는 작업(집으로 가는 길)을 선보였다. 그의 작품 역시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광화문 세종광장에 가면 6.25 70주년 설치미술 특별전 제막식에서 선보인 ‘광화문 아리랑’을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3인치 직사각형에 23개국 어린이들의 평화 염원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