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아라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패션업계가 서럽게 울고 있다. 패션 대기업마저 일부 사업을 적거나 임직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콧대 높던 브랜드들도 ‘울며 겨자먹기’로 대거 세일에 나섰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브랜드 개편 약 2년 만에 내년 2월까지 빈폴스포츠 100여개 매장을 순차적으로 정리한다고 밝혔다.
빈폴스포츠는 삼성물산이 2018년에 내놓은 스포츠 아웃도어 브랜드다. ‘빈폴 아웃도어’를 ‘빈폴 스포츠’로 개편해 아웃도어에 국한되지 않고 활동성 높은 라이프스타일웨어를 추구하고자 했다. 하지만 애슬레저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진데다가 코로나19 장기화가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포인다.
빈폴액세서리도 올해 하반기부터 50여개 매장을 정리하고 이후 온라인 브랜드로 전환해 통합 온라인몰 SSF샵에서 상품 판매를 이어나갈 계획이다.
LF도 지난해 15년간 운영한 아웃도어 브랜드 라푸마 사업을 중단했다. 라푸마는 아웃도어 열풍일 당시 연 매출 2500억 원에 달했지만, 현재는 1000억 원 아래로 쪼그라든 상태다.
업계는 빈폴스포츠와 같은 브랜드의 철수 사례가 앞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상당 수 거대 브랜드가 과거 호황시기 론칭돼 시장에 자리 잡았지만, 이후 차별화 실패 및 시장의 급속 침체 등으로 매출 규모 대비 수익성·성장성이 떨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시장이 급격하게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온라인 활용에 능숙치 못한 세대를 겨냥한 브랜드 대부분이 사라지고, 나머지 브랜드는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인적 구조조정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임원들은 다음 달부터 급여 10~15%를 자진 반납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전 직원 근무체계를 주 4일제로 바꾸고 희망자에 한해 무급휴직, 학업휴직 등도 장려할 예정이다. LF도 지난 3월부터 임원들이 코로나 고통분담을 위해 급여 30%를 반납하고 있다.
재고를 덜기 위해 브랜드 가치 하락을 감수하고 ‘눈물의 세일’도 대거 시작했다. 할인율이 50~80%에 달한다. 세일 시기도 확 앞당겼다. 보통 여름 끝물인 8월 말이나 9월쯤 돼야 여름 신상품을 싸게 파는 게 관행인데 2~3개월가량 일찍 할인에 나선 것이다.
에잇세컨즈는 지난 11일부터 다음달 8일까지 ‘시즌오프’ 세일을 시작했는데 최대 67%까지 신제품을 할인해준다. 같은 날 미쏘도 원래 중저가 브랜드였지만 최대 67% 할인 판매한다.
온라인몰을 통해서도 연속 할인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W컨셉은 입점 브랜드에 따라 최대 80%까지 할인해준다. 위즈위드는 골든구스, 커먼프로젝트 등의 브랜드를 최대 50%까지 싼 값에 팔고 있다.
패션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은 브랜드 가치나 할인율 폭을 고민하는 게 아무 의미가 없다”며 “재고를 한 장이라도 빨리 털어내고 생존을 걱정해야 할 때”라고 털어놨다.
대신 이들은 매출을 회복하기 위해 올해 가을·겨울 마케팅 전략 세우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제품 단가가 비싼 가을·겨울 제품을 많이 팔아야 그나마 연매출을 끌어올릴 수 있어서다.
이밖에 최근 비대면 소비와 ‘가치 소비’ 트렌드에 따라 온라인 전용 브랜드에 힘을 싣고 친환경 소재의 의류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시도하고 있다.
한편 패션기업들의 지난 1분기 실적을 보면 코로나19의 충격이 여실히 드러난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10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LF는 영업익이 50.2% 줄어든 130억원을, 한섬은 11% 감소한 292억원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