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이상래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소 타당성 여부를 따질 검찰 수사심의위원회가 본격 심의에 들어갔다.
26일 오전 10시30분에 시작한 수사심의위 현안위원회는 오후 5시 50분까지 진행될 예정이지만 의견 진술과 질의응답 등이 길어지면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
현안위원들은 검찰과 삼성 측이 각각 제출한 A4 50쪽 분량의 의견서를 검토한 뒤 오전에는 검찰, 오후에는 삼성 측 의견을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들을 예정이다. 이후 양측을 상대로 질의와 토론 등을 거쳐 최종 결정이 내려진다.
현안위는 만장일치 결론이 목표다. 하지만 의견이 일치하지 않으면 출석위원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한다. 14명 중 찬성 7명, 반대 7명으로 찬반 동수가 될 경우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을 내리지 않고 회의를 마친다.
재계에서는 수사심의위에서 이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최종 결정이 내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검찰이 주장하는 이 부회장에 대한 혐의가 기본적인 기소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무리한 수사’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검찰이 문제 삼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은 이미 법원에서 문제가 없다고 결론이 내려진 사안이다. 2017년 진행된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무효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다고 볼 수 없고, 합병이 승계와 관련있다고 해도 부당하다고 할 수 없다'는 취지로 기각 판결을 내렸다.
민사소송에서 법원에서 문제없다고 판결을 내린 사안에 대해 검찰이 형사 기소를 고집하는 것을 두고 ‘검찰의 독선과 아집’이라는 비판이 적지 않다.
검찰이 주장하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한국 채택 국제회계기준(K-IFRS)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고 회계 전문가들은 본다. 바이오젠 콜옵션, 삼성에피스 회계 처리 모두 K-IFRS에 충실히 따랐기 때문이다.
삼성에피스가 수익을 내지 못해 주가가 약정가격보다 낮으면 실제 바이오젠의 콜옵션 이행 가능성은 없다. 바이오젠 콜옵션의 실질적 경제가치가 무의미한 것이다. 이럴 경우 부채에 콜옵션을 기재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삼성에피스가 신약 개발이 가시화되면서 주가가 상승하자 바이오젠 콜옵션 이행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 경우 콜옵션 실질적 경제가치도 함께 상승해 콜옵션을 부채에 기재했다.
콜옵션의 이러한 변화에 따라 삼성에피스 회계처리도 달라졌다. 바이오젠 콜옵션이 실질적 경제적 가치가 0일 때는 삼성에피스에 대한 삼성바이오의 지분은 85%다. 삼성에피스가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로 처리되는 이유다. 하지만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바이오젠이 삼성바이오 주식 ‘50%-1주’ 권리를 주장하면 삼성에피스는 더 이상 삼성바이오의 종속회사가 될 수 없다. 이에 삼성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삼성바이오의 회계처리는 이같이 K-IFRS에 따랐을 뿐 검찰이 주장하는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영향을 주기 위해 가치를 부풀린 것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다. 게다가 이러한 회계처리는 합병 후에 일어났기에 기본적인 시간 순서조차 맞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하는 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분식회계라는 판단은 검찰의 K-IFRS 이해 부족에서 비롯됐다”며 “한국 회계 시스템 근간을 뒤흔드는 잘못된 기소는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