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에서 교감, 새로운 먹거리 발굴 위한 기업 간 교류‧협력
자율주행, 인공지능(AI), ICT, 인프라 조성 등 다양한 분야서 협력 기대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기술 분야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7일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만남을 가졌다.
정의선 부회장은 지난 5월 이재용 삼성그룹 부회장을 시작으로 6월 구광모 LG그룹 회장에 이어 이날 최태원 회장과 릴레이 만남을 완료했다. 재계에서는 전기차-배터리 전선을 둔 재계 1~4위 총수의 만남에 대해 미래 신기술 분야의 신협력시대가 열릴 것을 기대하고 있다.
만남의 주된 이유는 전기차 배터리 기술 동향을 점검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번 만남 이후에도 총수를 비롯한 그룹 간 지속적 교감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전기자동차 분야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각 업체의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전기차에는 단순히 자동차와 배터리 기술만이 아닌 자율주행과 인공지능(AI) 등 다양한 4차 산업혁명의 정수가 녹아 있다.
삼성그룹 측은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를 필두로 2016년 인수한 전장 부품업체 하만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SK그룹 역시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부문과 함께 SKT와 5G 기술 등 ICT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두 기업은 자율주행과 AI 부문 연구개발도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어 현대차그룹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또한, SK의 주유소는 전기차 배터리 인프라 구축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주유소와 충전소의 결합은 국내 전기차 시장 정착에 필수요소로 꼽힌다.
LG그룹은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 시너지는 앞선 두 업체에 비해 크지 않지만 배터리 부문에서는 이미 굳건한 협력 체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현대모비스와 LG화학은 배터리 그린파워라는 합작법인을 만들어 배터리팩을 생산하고 있다. 또 두 기업은 공동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분야의 글로벌 유망 스타트업 발굴에 나서는 등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삼성SDI 공장을 방문해 전고체전지 개발 동향에 대해 점검했고, LG화학에서
장수명 배터리와 리튬-황 배터리, 전고체전지 등에 대한 기술 동향을 살펴봤다. 또 SK이노베이션 공장에서는 리튬-메탈 배터리와 함께 전력반도체, 차세대 경량 소재 등 전기차 연관 제품의 개발 동향을 체크하는 등 미래차 부문과의 연관성을 꼼꼼히 살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과거와 같이 대기업 1개사가 모든 분야를 아우를 수 있는 세대와는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특히 산업 간 경계가 허물어지고 협력이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정의선 부회장은 과거 수직계열화의 대명사였던 현대차그룹의 이미지를 벗고 대기업 간 협력을 위해 과감히 손을 내밀고 있다.
미래 친환경차 분야를 선도할 전기차는 자율주행, AI 기능을 수행할 반도체부터 ICT의 기술 집약적 세상을 구현할 통로다. 특히 제 2의 반도체로 불리며 새로운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의 주무대가 될 분야인 만큼,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주요 대기업 간 협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게 재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번 재계 총수 간 만남이 겉으론 정의선 부회장이 전기차 배터리의 원활한 수급 및 미래 기술 개발 동향을 점검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지만, 각 기업의 미래 성장 동력 부문 및 수익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어 서로 간 손해가 없다는 점에서 지속적인 교류를 기대할 수 있을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미래 기술 선점을 위한 각국의 노력과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면서 “정부 주도의 환경 조성에 의한 수동적 움직임보다 대기업 간 능동적인 기술 교류와 협력은 대한민국이 전기차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과 AI 등 4차 산업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게임체인저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정의선 부회장과 최태원 회장은 SK이노베이션 서산공장에서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BaaS, Battery as a Service)과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