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10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미국과는 당장 마주앉을 필요가 없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장문의 담화문을 발표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3차 북미정상회담’ 메시지에 대한 북측 입장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담화의 골자는 북한의 도발이 미 대선 악재로 작용할 것을 우려해 굳이 정상회담을 개최하려고 노력하지 말라는 것이다. 자신들은 실익 없는 회담을 가질 생각이 없으며 특히 올해는 회담 열지 않겠다는 것으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친분과는 별개로 미 대선 이후 탄생할 새로운 정권까지 고려중이라는 설명이다. 그러면서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라고 했다.
김 제1부부장은 다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라며 올해 3차 북미정상회담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지는 않았다. 이와 함께 협상의제를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가 아닌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 철회 대 협상재개’의 틀로 바꿔야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6월말 북미 정상 간 판문점 회동 당시 오빠인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를 분명히 한 사실을 공개했다.
김 제1부부장은 최근 남북관계의 전면에 나서 남북대결 정책을 주도한 바 있다. 이번에는 북미관계로 그의 역할이 확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와 관련, 김 제1부부장은 담화에서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고 했다. 다음은 김 제1부부장의 담화문 전문이다.
▮김여정 7.10 담화문 전문
조선로동당 중앙위원회 김여정 제1부부장 담화
나는 최근 며칠어간 미국사람들이 련일 발신하고 있는 우리와 관련한 괴이한 신호들을 보도를 통하여 듣고 있다.
나중에는 조미수뇌회담가능성까지 시사하게 된 미국사람들의 심리변화를 TV보도를 통해 흥미롭게 시청하는 것은 아침식사시간의 심심풀이로서는 그저 그만이였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생각이기는 하지만 모르긴 몰라도 조미수뇌회담과 같은 일이 올해에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또 모를 일이기도 하다.
두 수뇌의 판단과 결심에 따라 어떤 일이 돌연 일어날지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명백한 것은 조미수뇌회담이 누구의 말대로 꼭 필요하다면 미국측에나 필요한 것이지 우리에게는 전혀 비실리적이며 무익하다는 사실을 놓고 그러한 사건을 점쳐보아야 할 것이다.
조미수뇌회담이 성사된다고 치자. 미국은 우리 지도부와의 계속되는 대화만으로도 안도감을 가지게 되어 있고 또다시 수뇌들 사이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담보되는 안전한 시간을 벌수 있겠지만 우리는 미국과의 협상에서 거두어들일 그 어떤 성과도 없으며 기대조차도 하지 않고 있다.
나는 조미사이의 심격한 대립과 풀지 못할 의견차이가 존재하는 상태에서 미국의 결정적인 립장 변화가 없는 한 올해중 그리고 나아가 앞으로도 조미수뇌회담이 불필요하며 최소한 우리에게는 무익하다고 생각한다.
더우기 올해중 조미수뇌회담은 그 가능성 여부를 떠나 미국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우리가 받아들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 리유를 간단하게 세 가지로 말한다면 첫째, 그것이 필요하다면 미국측에나 필요했지 우리에게는 무익하다는 것이며 둘째, 새로운 도전을 해볼 용기도 없는 미국사람들과 마주앉아야 또다시 우리의 시간이나 떼우게 될 뿐이고 그나마 유지되여 오던 수뇌들 사이의 특별한 관계까지 훼손될 수 있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며 셋째, 쓰레기 같은 볼튼이 예언한 것이기 때문에 절대로 그렇게 해줄 필요가 없기 때문인 것이다.
실지 미국에 있어서 당장 필요한 것은 수뇌회담 자체나 그 결과가 아니라 우리와의 관계에서 수뇌들 간의 친분관계를 내세워 자기들에게 정치적으로 재앙거리가 될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를 눅잦히고 발목을 잡아 안전한 시간을 벌자는데 목적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수뇌회담을 한다면 또 그것이 누구의 지루한 자랑거리로만 리용될 것이 뻔하다.
미국은 대선전야에 아직 받지 못한 크리스마스선물을 받게 될가봐 걱정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미국이 그런 골치 아픈 일에 맞다들려 곤혹을 치르게 되겠는가 아니겠는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자기들이 처신하기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때 없이 심심하면 여기저기서 심보 고약한 소리들을 내뱉고 우리에 대한 경제적 압박이나 군사적 위협 같은 쓸데없는 일에만 집념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두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는 그러한 사건들의 유무에 대한 그 어떤 정보는 가지고 있지 않다만 미국이 우리에게 발신하는 갖가지 위험한 압박성 언동들을 우리 지도부가 언제까지나 좌시하지만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금과 같이 미국이 극도로 두려워하는 일이 일어나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우리 위원장동지와 미국대통령간의 특별한 친분관계가 톡톡히 작용한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런 때에 미국이 불안 초조한 나머지 제풀에 서뿔리 우리의 중대한 반응을 유발시킬 위험한 행동에 나선다면 잠자는 범을 건드리는 격이 될 것이며 결과가 재미없으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들어 미국이 조미간의 실무협상탁이나 수뇌회담탁을 두드리는 기본목적을 바로 꿰뚫어보아야 한다.
미국은 대화의 문이나 열어놓고 우리를 눅잦히면서 안전한 시간을 벌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미국은 내심 하노이에서와 같은 협상조건으로라도 되돌아가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면 미국은 바로 그때 2019년초 하노이에서 부분적인 제재해제를 해 주는 것 같은 시늉을 내면서 얼마든지 우리의 핵중추를 우선적으로 마비시켜놓고 우리의 전망적인 핵계획을 혼탕 시킬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에는 우리가 거래조건이 맞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제재의 사슬을 끊고 하루라도 빨리 우리 인민들의 생활향상을 도모해보자고 일대 모험을 하던 시기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2019년 6월 30일 판문점에서 조미수뇌회담이 열렸을 때 우리 위원장 동지는 북조선경제의 밝은 전망과 경제적 지원을 설교하며 전제조건으로 추가적인 비핵화조치를 요구하는 미국 대통령에게 화려한 변신과 급속한 경제번영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제도와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담보도 없는 제재해제 따위와 결코 맞바꾸지 않을 것이라는데 대하여서와 미국이 우리에게 강요해온 고통이 미국을 반대하는 증오로 변했으며 우리는 그 증오를 가지고 미국이 주도하는 집요한 제재 봉쇄를 뚫고 우리 식대로, 우리 힘으로 살아나갈 것임을 분명히 천명하시였다.
이후 우리는 제재해제 문제를 미국과의 협상의제에서 완전 줴 던져버렸다.
나는 《비핵화조치 대 제재해제》라는 지난 기간 조미협상의 기본주제가 이제는 《적대시철회 대 조미협상재개》의 틀로 고쳐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제재를 가해온다고 우리가 못사는 것도 아닌데 무엇 때문에 미국에 끌려 다니겠는가 하는 것이다. 미국이 지금에 와서 하노이의 회담탁에 올랐던 일부 제재해제와 우리 핵개발의 중추신경인 녕변지구와 같은 대규모핵시설의 영구적 페기를 다시 흥정해보려는 어리석은 꿈을 품지 않기 바란다.
트럼프 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리 위원장 동지의 개인적 감정은 의심할 바 없이 굳건하고 훌륭하지만 우리 정부는 현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 여하에 따라 대미전술과 우리의 핵계획을 조정하면 안 된다.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과도 상대해야 하며 그 이후 미국 정권, 나아가 미국 전체를 대상해야 한다.
가까운 며칠어간 미국의 고위당국자들의 발언만 놓고 보아도 대통령과의 관계와는 무관하게 우리가 앞으로 해야 할 일을 알 수 있게 한다. 미 국무성이 대화의지를 피력하는가 하면 대통령까지 나서서 우리 지도부와의 좋은 관계를 거듭 밝히며 조미수뇌회담가능성까지 시사하는 마당에서 미 국방장관이라는 사람은 또다시 그 무슨 《CVID》를 운운하며 우리 국가를 향해 《불량배국가》라는 적대적 발언을 숨기지 않았다. 대통령과 그 아래에서 심심치 않게 엇박자를 내는 것이 의도적인 흉계인지, 대통령의 불확실한 권력 장악력으로부터 산생되는 일인지는 평하고 싶지 않다. 어쨌든 조미수뇌들 사이의 관계가 좋다고 해도 미국은 우리를 거부하고 적대시하게 되어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만을 생각하며 우리가 하지 말아야 할 실수는 절대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경계하여야 할 때이다.
최근에 미국이 대조선 제재와 관련한 대통령행정명령들을 1년간 더 연장하는가 하면 조미관계개선에 앞서 《인권문제》가 《해결》되여야 한다고 떠들어대면서 우리의 《인권실태》에 대해 걸고들기도 하고 우리나라를 《최악의 인신매매국가》로, 《테로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등 우리를 사사건건 겨냥하고 건드리고 있는데 이것만 보아도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가 결코 철회될 수는 없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다.
우리에 대한 체질적 거부감이 《토질병》으로 되어 버린 미국이 지금의 대선 《위기》를 넘긴다 해도 그 이후 우리를 향해 할 수많은 적대적 행동들을 예견해야 하며 우리는 지금 시점에서 현 집권자와의 친분관계보다도 앞으로 끊임없이 계속 이어질 미국의 대조선 적대시에 대처할 수 있는 우리의 대응능력 제고에 더 많은 고민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미국으로부터의 장기적인 위협을 관리하고 그러한 위협을 억제하며 그런 속에서 우리 국익과 자주권을 수호할 전망적인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실제적인 능력을 공고히 하고 부단히 발전시켜나가야 한다.
지금 조미간 비핵화협상을 재개하려는 시도는 미국이 바빠서 들고 다니는 문제이지 우리가 바쁘고 원하는 문제가 아니다.
회담탁 우에서 무엇을 어떻게 더 빼앗아먹겠는가만을 생각하는 미국과는 당장 마주앉을 필요가 없으며 미국의 중대한 태도변화를 먼저 보고 결심해도 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미국은 우리의 핵을 빼앗는데 머리를 굴리지 말고 우리의 핵이 자기들에게 위협이 되지 않도록 만드는 데로 머리를 굴려보는 것이 더 쉽고 유익할 것이다.
우리는 미국에 위협을 가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이에 대해서는 위원장동지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분명한 립장을 밝히신 적이 있다.
그저 우리를 다치지만 말고 건드리지 않으면 모든 것이 편하게 흘러갈 것이다.
우리는 결코 비핵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하지 못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며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자면 우리의 행동과 병행하여 타방의 많은 변화 즉 불가역적인 중대조치들이 동시에 취해져야만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킨다.
타방의 많은 변화라고 할 때 제재해제를 념두한 것이 아님은 분명히 찍고 넘어가자고 한다.
나는 원래 남조선을 향해서라면 몰라도 미국사람들을 향해서는 이런 글을 쓰기를 원하지 않았다.
끝으로 며칠전 TV보도를 통해 본 미국 독립절 기념행사에 대한 소감을 전하려고 한다.
가능하다면 앞으로 독립절 기념행사를 수록한 DVD를 개인적으로 꼭 얻으려 한다는데 대하여 위원장 동지로부터 허락을 받았다.
위원장 동지는 트럼프 대통령의 사업에서 반드시 좋은 성과가 있기를 기원한다는 자신의 인사를 전하라고 하시였다.
2020년 7월 10일
평 양(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