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직장인 3명 중 1명은 조기은퇴를 목표로 일하는 이른바 '파이어족'으로 나타났다. 최근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파이어족을 주제로 직장인 대상 설문조사 진행 결과다. 파이어족(Financial Independence, Retire Early)은 30대 말이나 늦어도 40대 초반까지는 조기 은퇴하겠다는 목표로 회사 생활을 하고, 은퇴자금 마련을 위해 20대부터 은퇴 자금을 마련하는 이들을 일컫는다.
1990년대 미국에서 처음 등장한 파이어족은 2008년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급격히 확산되기 시작했다. 경기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영국, 호주, 네덜란드, 인도 등지로 확산되었다고 BBC는 보도했다. 저성장 시대 구조조정이 일상화되고 갈수록 노동강도가 세지는 직장과, 준비 없이 은퇴한 부모세대의 어려움을 지켜본 젊은이들이 파이어 운동의 주축이 되고 있다. '소확행, 욜로, 탕진잼'이 우리 사회의 밀레니얼 세대가 선택한 삶이라면 파이어는 그 반대의 측면에서 세계의 젊은이들이 선택한 새로운 삶의 방식이다.
우리사회도 이제 파이어족의 시대가 열리는 모습이다. 앞서 인크루트 조사에서 응답자들의 월 평균 급여는 267만원이었다. 그 중 41.4%를 저축, 월 평균 저축금액은 110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반대로 용돈비율은 월 급여의 22.0%로 저축비율의 절반에 그쳤다. 코로나 이후 지출을 줄이며 더욱 허리띠를 졸라맨 파이어족이 다수였다. 이들의 코로나 이전 월 평균 용돈은 58만7000원이었지만 현재는 40만8000원으로 줄여, 용돈 감소비율은 30%에 달했다.
파이어족은 국내 경기불황이 길어짐에 따라 더욱 관심이 쏠리고 있다. 코로나19의 장기화에 적지않은 기업들이 존폐 위기에 서 있는 상황에서 일부 기업은 인건비 절약을 위해 장기 무급휴가를 시행하고 있다. 이에 기업의 경영 위기를 경험한 근로자들은 과거 평생직장이라는 개념의 무의미함을 절실히 느끼게 됐다. 여기에 최근 천정부지로 치솟는 '부동산'에 청년들의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20~30대 청년들이 수도권 '영끌 갭투자'(모든 수단을 동원해 갭투자)에 목을 멘 것도 평생 직장생활을 해도 집 한채 마련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모습은 '한탕주의'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IMF외환위기로 어려운 시간을 보낸 부모세대를 보고 자란 청년들이 사회인이 되어 불안정한 고용형태를 몸소 느끼면서 태생 된 '불안'에서 비롯됐다. 경기불황 장기화에 따른 고용 불안 등 다양한 불확실성은 현재를 즐기는 욜로와 현재를 희생하는 파이어족 등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탄생시키고 있다. 지금은 모두가 어려운 시기에 보내고 있다. 대세에 흔들리지 않는 '스스로의 행복'를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