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민교 기자]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후보자가 김대중 정부 당시 북한에 정부 지원금 1억 달러가 지급됐다는 대법원 판결과 관련해 "정부 돈은 1달러도 들어가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 북한에 5억 달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 존재에 대해서도 부인했다.
박 후보자는 27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국정원을 어떻게 이끌어 갈 것인가"라는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제가 2000년 6.15 정상 회담 때 밀사·특사를 하면서 대북송금 특검으로 옥고를 치른 적이 있다"며 "그러한 잘못된 일을 또 할 것인가라는 염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대법원 확정판결이나 당시 특검에서도 2000년 정상회담 당시 5억 달러 중 정부의 돈 1달러도 들어간 적이 없다고 했다"며 "현대가 금강산관광 등 7대 사업을 위해 (돈을) 지불한 것은 이미 역사적·사법적으로 밝혀진 것"이라고 했다.
대북송금 사건은 2002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계좌를 통해 현대가 4억5000만 달러 가량을 북한에 지원했으며 이 가운데 정부 지원금 1억 달러가 포함돼 있음이 밝혀지면서 당시 박지원·임동원·이기호 등 정부 핵심인사들이 사법처리된 사건이다.
이에 대해 박 후보자는 "제가 옥고를 치르게 된 것은 현대가 북한으로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정원 계좌를 활용했다는 이유에 대해 유죄를 받은 것"이라며 "저는 지금도 그 당시 어떠한 계좌를 통해 북한에 돈이 송금됐는지 모른다"고 했다. 이어 "대법원 판결을 순종하지만 이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염려하는 일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투명하게 여야 의원들과 잘 해 나가겠다"고 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4.8 남북합의서'의 비밀 합의서라고 주장하며 '경제협력에 관한 합의서'라는 문건을 공개하기도 했다. 주 원내대표는 박 후보자를 향해 "(북한에) 5억 달러를 보내겠다고 약속하는데 관여했나. 서명을 했나"라고 물었다. 이에 박 후보자는 "어떠한 경로로 주 원내대표가 입수했는지 모르지만 4.8 합의서는 지금까지 공개가 됐고 그외 다른 문건에 대해서는 저는 기억도 없고 (서명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박 후보자는 주 원내대표의 "적과 내통" 발언 논란에 대해서는 "모욕적이었다"라고 하면서도 "언론에서도 (주 원내대표의 발언이) 옳지 않다는 평가가 있었고, 주 원내대표도 그 이후 이렇다할 말이 없기 때문에 유감스럽지만 이해하는 쪽으로 정리하고 있다"고 했다. 주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통합당 비대위 회의에서 자신이 공개한 합의서 문건 속 박 후보자 서명이 다른 서명과 일치한다며 "저는 이 문건을 토대로 (박 후보자에 대해) 적과 내통한 사람이라고 이야기 한 것"이라고 했다.
한편 박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국정원의 정치개입·대선개입 가능성에 대해 강력하게 선을 긋고 나섰다. 그는 "정치의 정(政)자도 안꺼내고 국정원 본연의 임무와 개혁에 매진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