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다양한 빛깔 머금은 '항' 전시, 미술관으로 휴가 떠날까!
[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자연 미술을 추구하는 오기영 중견작가의 개인전 <제주, 시간을 입히다>전시가 8월 12일부터 17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덕아트갤러리 전관에서 열린다.
'제주'를 소재로 한 작품 50여점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는 그동안 외부에 노출되지 않았던 작품들로 관람객들에게 다가간다. 이를 위해 갤러리 전관에서의 전시를 준비했다. 전시는 야경·색채·항아리 등을 섹션별로 선보인다.
그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것은 ‘항’이다. ‘항’은 항아리를 뜻하는 제주어로 ‘항’은 찰흙 그대로 구운 옹기로 풋풋한 일상의 정서가 배어 있는 민중의 벗이자 어머니의 체취를 간직한 삶의 기호이기도 하다. 제주에서는 용도에 따라 쌀항(쌀독), 물항(물독), 장항(장독)이라 부른다.
제주 출신인 오 작가는 ‘항’을 석고로 떠 틀을 제작 후 석고 틀 안에 종이를 붙이면서 캐스팅을 진행했다. 이때 사용되는 한지는 펄프와 닥에 제주의 화산송이, 현무암 돌가루 등을 혼합한 것이다. 틀을 빠져나온 ‘항’은 맑고 투명한 빛깔을 내고 시간이 흐를수록 더욱 단단해진다.
전시장에는 다양한 한지의 빛깔을 머금은 ‘항’들이 입체적으로 배치된 채 선보인다. 관람객들이 ‘항’을 주변 공간과 함께 오감으로 느끼고 생각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오기영의 ‘항’은 자연 미술의 과정을 밟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김유정 미술평론가는 “오기영의 작품은 모든 재료를 자연에서 얻는다”며 “종이가 그렇고 색채의 염료가 그렇고 형태도 자연미 스스로 그러함을 취한다”고 말했다.
김유정 평론가는 오기영 작가의 작품에서 나오는 ‘항’은 바깥 환경과 관계를 맺는 유기적 통일성(organic whole)을 지향하고 있어 주변에서는 설치미술 혹은 오브제 미술이라고도 하지만 실제는 자연 미술에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
40대 중반 넘어 늦깎이로 동덕여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작가는 일주일 중 3일은 서울에, 3일은 제주에서 각각 보내며 학업과 작품 활동을 겸하고 있다. 지금까지 스물한 번의 개인전과 약 100개의 단체전에 참가하는 등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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