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미세플라스틱’ 인류를 공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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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미세플라스틱’ 인류를 공습하다
  • 매일일보
  • 승인 2020.08.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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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시의회 의원 안원기
서산시의회 의원 안원기

[매일일보] 2018년 4월 스페인 남부 무르시아 해변에서 죽은 항고래가 발견되었다. 충격적인 사실은 부검 결과 ‘플라스틱’이 사인이었다는 것이다. 죽은 고래의 뱃속에는 29kg의 플라스틱이 나왔는데, 이것이 위장과 창자 내부를 막아 안쪽 벽에 세균과 감염을 불렀고 결국 복막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플라스틱 고래는 인간에게 머지않아 지구가 썩지 않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뒤덮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매년 800만 톤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전 세계 바다로 유입되고 있고 우리는 수돗물과 소금, 패조류를 통해 미세플라스틱을 섭취하고 있다. 일단 체내에 들어온 미세플라스틱은 배출되지 않고 농축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다가 몸속에서 유해한 화학물질을 지속적으로 배출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오래간다. 멀지 않은 미래에 미세플라스틱이 인간의 사인(死因)으로 등장할지도 모르겠다.

2016년 기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1인당 플라스틱 연간 사용량은 98.2kg으로 세계 1위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코로나19는 플라스틱 사용량을 어마어마하게 늘어나게 만들고 있다. 배달음식의 일회용기, 마스크와 같은 의료폐기물 대부분이 플라스틱이다. 반면 플라스틱 재활용률은 34%, 커피전문점 일회용 컵 재활용률은 8%에 불과하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에서도 다양한 방법으로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자 노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환경부는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을 50% 줄이는 한편, 현재 34% 수준인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70%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한다. 커피전문점의 일회용 컵 재활용률 역시 8%에서 50%로 높이겠다고 밝혔다.

플라스틱의 역습이 두려운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한 가지 유용한 사업이 있어 소개하고자 한다. 바로 아이스팩 재사용이다. 이미 몇몇 지자체에서는 아이스팩 재사용사업을 시범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업은 간단하다. 전용 수거함을 설치해 수거하고 선별, 세척, 포장 과정을 거쳐 전통시장이나 학교 등 수요처에 배부하는 것을 반복한다.

현재 유통 중인 아이스팩 중 80%가 미세플라스틱 충진재인 고흡수성수지(Super Absorbent Polymer, SAP)를 사용한다. 2019년 고흡수성수지 아이스팩 사용량은 2억 1천만 개로 2016년 대비 2배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이 중 80%는 종량제 봉투에 버려져 소각·매립되고 있으며 15%는 하수구로 배출되어 바다로 직접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충진재가 미세플라스틱이라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이 많아 무분별하게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아이스팩 충진재로 주로 쓰이는 고흡수성수지는 미세플라스틱의 일종으로 자연 분해가 안 되고 소각·매립도 어려워 궁극적으로는 친환경 대체재로의 전환이 필요하겠지만, 그 전까지는 최대한 발생을 억제하도록 노력해 봐야지 않겠는가.

시작부터 엄청난 효과가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수치적인 효과는 미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시민들이 전용 수거함을 보고 느끼며 하나의 캠페인으로 자리 잡도록 유도한다면 아이스팩을 포함한 플라스틱 사용량은 차츰 줄어들 것이라고 믿는다. 나비의 작은 날갯짓으로 큰 변화를 일으키듯, 긍정의 날갯짓을 시작해보자.

 

서산시의회 의원 안원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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