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직접 수사범위, 통제권 확대로 개혁 취지 무색’
‘자치경찰 없는 일원화모델 자치경찰제’
[매일일보] 코로나19의 전국적 확산으로 전 국민의 고통과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부처와 질병관리본부, 의료기관, 자치단체는 물론, 민간영역에 이르기까지 총력대응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코로나19로 부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힘쓰고 계신 모든 분들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경찰도 확진자의 동선 확인, 자가격리 이탈자 소재추적, 다중이용시설 및 집합제한 명령위반시설 합동점검 등 적극적인 행정응원과 감염병예방법 위반자에 대한 엄정수사, 방역적 순찰활동 등 코로나19 대응에 전 경찰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와 같이 엄중한 시기에 우리 경찰은 또 다른 현안으로 시련과 고통의 터널을 지나고 있다. 바로, 경찰 조직의 운명이 걸린 경·검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한 관련 법령 제·개정 때문이다.
지난 1월 국회에서 경ㆍ검을 상호협력 관계로 재정립한 민주적 수사구조의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경찰은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는 선진사법제도의 출발을 기대하며 수사시스템 개선에 박차를 가해 오고 있었다.
그러나, 지난 8월 7일 법무부가 협의 당사자인 행정안전부, 경찰청을 제외하고 단독으로 입법 예고한 시행령(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은, 개정된 형사소송법, 검찰청법의 입법 취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고 온 국민이 그토록 바라던 검찰개혁의 염원을 송두리째 날려버리는 독소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기존 검찰청법에서 규정한 검사의 직접수사 가능 6대 범죄 범위에 마약, 사이버범죄까지 자의적으로 확대·포함 시켰고, 검찰이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발부받은 경우는 수사 개시 범위 밖 범죄에 대하여도 계속 수사할 수 있도록 하여 거의 모든 범죄에 대한 검찰의 직접수사가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경찰의 불송치 종결 이후 법률이 허용한 재수사요청 이외에 송치요구까지도 가능하도록 하는 등 법률에 규정되지 않은 통제장치들을 다수 추가하여 검찰권을 크게 확장시키고 경찰의 수사종결권을 형해화 하였다.
이에 경찰청은 물론, 경찰위원회, 학계, 시민사회 단체, 공무원노동조합, 경찰공무원직장협의회, 수사경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서 비판을 쏟아내고 있으며 법무부 입법 예고안의 수정을 강하게 촉구하고 있다.‘자치경찰 없는 일원화모델 자치경찰제’
경·검 수사권 조정에 따른 경찰 분권화 목적의 일원화모델 자치경찰제 시행안은 위 수사권 조정보다 더 개탄스러운 수준이다. 정부는 수년 전부터 검토해 오던 이원화 모델을 전격 폐기하고, 지난 8월 4일 여당 국회의원 대표 발의로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시도한 적 없는 일원화모델 자치경찰제 시행을 위해 경찰법 전부개정 법률안을 내놓았다.
이 안은, 경찰력 증원없이 신분을 국가직으로 둔 채, 경찰사무를 국가경찰, 수사경찰, 자치경찰사무로 분장하고 수행사무에 따라 경찰청장, 수사본부장, 시도자치경찰위원회의 지휘·감독을 받게 함으로써, 혼란을 부추기고 현장경찰의 업무과중과 법적의무만 확대시키는 기형적 모델의 자치경찰없는 자치경찰제란 평가다.
바로 협의 당사자인 경찰조직과 그 구성원인 현장경찰의 의견수렴 없이 정무적 판단으로만 입안됐다는 얘기다. 정부 조직의 근간을 세우고 개선해 나가는 것은 신중을 기해야 하며 반드시 전문가인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 그래야 실패를 줄일 수 있다. 더욱이 국민을 대상으로 공권력을 집행하는 15만 인력의 경찰조직을 변경하는 것은 더욱 그렇다. 입안 과정에서 도출된 문제점이 수정되지 않고 그대로 시행된다면 그 피해는 오롯이 국민들과 현장경찰이 떠안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관련 전문가, 현장경찰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지적된 문제점들이 개선되기를 간곡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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