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위험물 폭발사고를 주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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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위험물 폭발사고를 주의하자
  • 매일일보
  • 승인 2020.09.09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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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소방재난본부 위험물안전팀 박요순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위험물안전팀 박요순
[매일일보] 민심이 폭발했다. 중동의 레바논 베이루트시 얘기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8월 4일 질산암모늄 폭발사고로 도시가 초토화되자 정치권을 향한 베이루트 시민의 들끓는 분노가 터져나왔다. 물리적 폭발사고와 재난의 여파가 정치지형도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하겠다.  폭발의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는데 손쉬우면서도 대표적인 예로 인화성 가스의 폭발을 들 수 있다. 그런데 질산암모늄은 원래 인화성 물질이 아니다. 위험물안전관리법상 제1류 위험물로서 열분해 시 산소를 내뿜어 다른 물질의 연소를 돕는 산화성 고체이다. 화염을 직접 갖다 대어도 액체로 녹아내리기만 할 뿐 불이 붙거나 폭발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 물질이 독특하고도 위험한 것은 이 물질에 음속 이상의 강한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폭약과도 같이 순식간에 덩달아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는 점이다. 다시 말해 질산암모늄은 극히 둔감한 폭약으로 봐도 무방하며 이는 원자폭탄 안에서 재래식 폭약을 뇌관 삼아 핵분열 폭발이 일어나는 원리와도 비슷하다. 실제로 이 물질은 산업용 폭약과 폭탄테러의 주요 물질로 쓰인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대형 화재가 질산암모늄의 폭발을 일으키기도 한다. 인류 역사상 핵폭발이 아닌 재래식 폭발사고를 폭발 규모 순으로 따져보았을 때 1위에서 10위 가운데 1위를 포함한 3건의 사고가 바로 화재로 인한 질산암모늄 폭발이었다. 이때 폭발이 일어나려면 창고와 같은 밀폐공간에 보관 중이었을 것이 요구되는데 이는 화재로 용융된 질산암모늄이 다시 열분해 되어 암모니아 가스가 발생하고 이것이 폭발하면서 뇌관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는 베이루트항 폭발사고를 계기로 8월 중 도 내 긴급안전점검을 실시한 바 있다. 확인 결과 평택항 내에는 질산암모늄을 저장하고 있는 곳이 없었으며, 도 내 위험물시설로 허가받아 저장·취급하는 장소에서는 비교적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질산암모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서는 위험물안전관리법에서 정한 지정수량 300kg 이상 저장취급 시 소방서의 허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150kg 이상 300kg 미만을 저장·취급하는 경우에도 경기도 위험물안전관리 조례상의 시설기준과 취급기준을 따라야 한다. 소방대의 화재 진화 시에는 폭발에 대비하여 안전거리를 유지하고 용융된 질산암모늄이 하수구 등의 밀폐공간으로 흘러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주의가 필요하다. 또한 테러에도 이용할 수 있는 만큼 도난 등의 보안 관리에도 신경을 써야 한다. 
이 밖에도 산화성 물질이면서 분해 폭발성을 띠는 물질에는 과염소산암모늄이 있다. 과염소산암모늄은 유엔에서는 폭발성물질로 규정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위험물안전관리법은 아직 산화성고체로만 규제하고 있다.  질산암모늄 이외에도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서는 지난 5~6월 두 달 동안 여름철 폭염기를 대비하여 폭발 위험성이 있는 폭주중합반응성 위험물을 점검하였다. 대형 폭주중합반응 사고의 단골 물질은 스티렌 모노머이다. 대표적인 사고가 작년 9월달 울산 염포부두에서의 러시아 선박 폭발사고이다. 당시 사고로 부두 인근 울산대교 높이만큼 화염구(파이어볼)가 피어올랐고 유해 증기에 의한 인명피해도 발생하였다. 폭발은 아니었지만 올해 5월달의 인도 LG화학 현지법인 공장에서의 누출사고도 큰 인명피해를 낳았다. 폭주중합반응으로 스티렌 모노머 용액이 끓어 생긴 유해 증기가 인근 주택가로 퍼지면서 많은 사람이 죽거나 다친 것이다. 중합개시제 없이도 상온에서 자체 폭주중합반응을 일으킬 수 있는 물질에는 스티렌 모노머, 시안화수소 등이 있는데 중합억제제를 투여하고 농도관리만 잘하면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생활 속 폭발사고에도 주의가 필요하다. 드럼통 폭발사고는 재활용업체나 폐차장 같은 곳에서 인화성 액체를 담았던 빈 드럼통을 재활용하기 위해 불꽃 절단기 등으로 해체를 시도하며 자주 발생하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 내부를 물이나 불활성 가스로 채우는 등 유증기를 제거하는 작업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차량 내부에서 손 소독제나 여름철 냉각 스프레이 등의 인화성 물질이 든 용품을 분무하고 난 뒤에는 반드시 창문을 열고 환기하여야 폭발사고를 막을 수 있다.  국내외로 각종 재난이 끊이지 않는 요즘이다. 위험물 폭발로 인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한 때이다.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위험물안전팀 박요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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