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정인 기자] 스가 요시히데 신임 일본 총리가 한중일 정상회담을 볼모로 우리 정부에 강제징용 해법을 압박하고 나서면서 한국 외교가 또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일본은 강제징용 문제는 물론이고 베를린 위안부 소녀상 철거 등 한국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한일 갈등은 장기화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미중 대결 구도 속 한미 동맹을 폄훼하는 듯한 우리측 당국자 발언에 미국이 우회적으로 불쾌감을 표시하는 등 외교 전반에서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13일 일본 정부가 일제 강점기 징용 문제 해결을 조건으로 한중일 정상회담 참석 여부를 결정짓기로 한 것이 알려지면서 올해 열릴 예정이던 한중일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불투명해졌다. 스가 총리가 취임하며 한일 갈등 해소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지만, 이번 일본의 강경 대응으로 한국이 의장국을 맡은 중대행사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스가 내각은 강제징용 문제만이 아니라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해서도 한국을 향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의 대응 실패로 밀리는 상황. 베를린에 설치된 소녀상 철거 문제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소녀상 철거 문제를 두고 우리 측의 반일민족주의적인 접근이 유럽인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로 인해 일본이 주장하는 '한일 양국 간 역사적 갈등' 주장이 먹히고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 외교의 잡음은 핵심사안 중 핵심사안인 한미동맹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이수혁 주미대사는 전날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한국이 70년 전에 미국을 선택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70년간 미국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언급, 한미 간 불필요한 갈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와 관련,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 대사의 발언에 대한 논평에서 "70년 역사의 한미동맹과 미국과 한국, 역내 전체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한미동맹이 이룩한 모든 것을 매우 자랑스러워한다"고 했다. 절제된 외교적 표현이란 점을 감안했을 때 이 대사의 발언에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