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정책의 부작용에 대한 고찰과, 정책에 소외되는 사회적 약자 살펴야
[매일일보] 아기가 태어나고 100일이 지나면 고비를 넘기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로 백일잔치를 열고 더욱 건강하기를 기원해준다. 필자는 서산시의회 의장에 취임한지 100일을 맞아 의회와 서산시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고 뉴노멀시대에 어떤 방향성을 갖고 나아가야 할지 고민해 보고자한다.
지구촌이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초비상이다. 지난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WHO)는 코로나19 팬데믹을 선언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팬데믹은 WHO가 선포하는 감염병 최고 경고 등급으로, 세계적으로 감염병이 대유행하는 상태를 일컫는다. 팬데믹의 시초는 14세기 중세의 흑사병이라고 할 수 있다. 흑사병은 실크로드를 시신으로 덮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유럽 인구의 3분의 1을 희생시키며 대륙 전역을 초토화시켰다. 그런데 이 재앙은 역설적이게도 르네상스를 꽃피우는 계기가 되었다. 가톨릭 사제들도 병마 앞에서 힘없이 죽어나가는 것을 지켜본 사람들은 신앙에 대한 회의를 느꼈고, 합리적 이성에 눈뜨게 된 것이다.
이렇듯 위기(危機)에는 항상 위험(危險)과 기회(機會)가 함께 있다. 바야흐로 언택트(Untact), 온택트(Ontact), 디지털이 새로운 표준이 되는 뉴노멀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디지털 강국인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미 재택근무, 오프라인 점포의 온라인 전환 등 저마다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고, 교육계에서는 온라인 수업이 일반화되고 있다. 주식시장에서도 소위 언택트 관련주들이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지방의회는 무엇을 대비해야 할까. 우선 임시회와 정례회, 상임위원회 등 회의 방식을 비대면으로 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구축하여 시급한 민생법안이 미뤄짐 없이 처리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겠다. 의정활동 정보를 온라인상에서 누구나 지금보다 더 쉽고 빠르게 접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런데 무언가 허전하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사람은 사회적 동물로서,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어도 홀로 살 수 없고, 사회라는 공동체를 형성하여 끊임없이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을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며 살아간다고 배웠다. 그런데 이제 뉴노멀 시대이니 서로 만나지 말고, 집에서 혼자 근무하고, 화면을 보고 교육받으라 하니 괴리감이 들 수밖에 없다.
물론 언택트 및 온택트가 방역을 위해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것에는 전적으로 공감한다. 하지만 부작용에 대한 고찰 없이는 위험해 보인다. 비대면의 일상화는 자칫 면대면 기피, 나아가 타종교·타인종·타지역 혐오로 이어지는 등 인간성 상실의 폐해를 낳고 있다. 또한 재난마저도 사회적 약자에게 더 가혹하기 마련이다. 비대면 교육은 아동학대의 사각지대가 되고 있고, 도우미 없이는 움직이기 어려운 장애인에게는 코로나보다 10cm의 턱이 더 무섭다.
적어도 시민들과 접점에 있는 지방의회는 뉴노멀 시대를 맞이하며 비대면 정책에 소외되는 사람은 없는지, 또 다른 불평등을 야기하지는 않는지 등 사람을 먼저 생각하면서 정책을 펴야 하겠다. 비대면에 대한 기술적인 측면은 민간에 맡겨두고, 비대면 정책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지도 모르는 사회적 약자에게 더욱 신경 써야 하겠다. 그리고 대면 기피로 인한 타인 혐오 또한 지속적으로 경계해야 한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인간성까지 상실하게 하는 좀비바이러스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겠는가. 뉴노멀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는 것도 좋지만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서산시의회 의장 이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