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백중현 기자] 우리 사회의 생활 물류를 감당하고 있는 택배 산업은 1962년 한국미창(현 CJ대한통운)을 시작으로 28년의 역사를 거치면서 2019년도 기준 6조3,303억 원대의 시장 규모로 급성장했다. 올해는 코로나19의 비대면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언택트 소비 증가로 택배 물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택배 산업 양적 팽창의 이면에는 어둡고 우울한 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우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택배 노동자 13명이 목숨을 잃은 무거운 불편함과 참을 수 없는 아픔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특수고용노동자인 택배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에 있다. 이들은 개인사업자라 ‘근로기준법’의 적용을 받지 못한다. 2018년 조사 결과에 의하면 하루 평균 12.7시간씩 월평균 25.6일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나는 등 고강도의 노동에 시달리고 있는데, 올해의 노동 강도는 택배 물량 폭증으로 한층 세졌음은 물론이다.
민주노총과 참여연대 등 노동계·종교계·시민단체 등 각계 대표들로 구성된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택배 노동자들의 과로사는 '구조적 타살'"이라며 "그 핵심적 요인은 재벌 택배사들이 택배 노동자들에게 강요하는 분류작업에 있다"고 했다. 그만큼 택배 노동자들은 무임금 밤샘 분류 작업, 심야 및 새벽 배송 등 당일배송 강요, 총알 배송 및 로켓 배송 종용 등 살인적 노동 강도에 혹사당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이들은 1일 평균 2만 5천 보()를 넘게 걷는 과중한 격무(激務)에도 산재보험 적용 제외, 음성적 관행인 권리금 수수 및 입사 과정에서 보증금 지급, 배달 플랫폼 회사 증가로 단가인하 경쟁이 계속돼 수수료가 줄어들고, 아프면 일감을 빼버리고, 휴가를 내려면 자신을 대신해 배송할 사람을 자비로 구해야 하며, 그만 두려 해도 후임자를 구하지 못하면 그만둘 수조차 없는 택배사의 놀부 짓 등 근무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고, 안전망 없는 사각지대에서 무한 노동의 굴레에 무방비로 노출돼 있다.
사태가 이러다보니 문재인 대통령은 10월 20일 청와대 국무회의에서 택배노동자들의 과로사 문제에 대해 "더는 안타까운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별대책을 서둘러 달라"라고 지시한 바 있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은 “고용노동부와 함께 대책을 마련해서 11월 중에 발표하겠다."고 밝혔으며, ‘생활물류 서비스산업 발전법’ 제정과 ‘산재보험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지만 더딘 감이 없지 않아 보인다.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의 노동과 시장에 대한 이해 증진, 열악한 근무환경 개선, 택배사의 갑질 근절의 성숙한 시민의식이 선행되어야 한다.
하루 빨리 택배 노동자 과로사 악순환의 사슬을 끊기 위한 택배 노동인력 충원, 평균 근로시간 단축, 주 5일제 근무 실시, 무임금 밤샘 분류 작업 철폐, 심야 및 새벽배송 금지, 택배 없는 날 확대, 근무시간 제한 표준계약서 작성, 수수료 단가 인상, 폭염·한파·우중수당 지급, 산재보험 적용, 권리금 및 보증금 지급 관행 철폐, 영업소별 건강 관리자 지정, 정기 건강검진 실시, 영업소 응급·방역 물품 구비 등이 제도화 되도록 관련 법령 제정 및 개정 작업의 조기 추진 등 택배 노동자 과로사 근절대책을 서둘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