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능시험 인증 방법만 바꿔도 문제 해결…유기업계 강한 불만에 국토부 휘둘려
일부 대기업과 스티로폼, 우레탄 관련 중소기업 등이 수정예고로 수혜
[매일일보 문수호 기자] 매년 샌드위치패널 구조물 등 건축물의 대형 화재가 반복되는 가운데, 국토교통부의 탁상행정이 참사를 키워왔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국토부 관련 국정감사에서 건축물의 화재 안전성 강화에 대한 문제가 제기됐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화재 안정성 강화를 놓고 제대로 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는 국토부의 문제점이 지적됐다.
실제 국토부는 지난해 10월 행정예고 했던 국토부 건축법 하위법령 개정안(건축물 마감재료의 난연성능 기준 및 화재확산 방지기준)을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시행·공포하지 않고 있다. 일반적으로 1~3개월의 규제심사를 거치고, 길어도 6개월 내 시행·공포하는 관례와 동떨어진 모습이다.
문제는 지난해 10월 1일 행정예고 됐던 심재의 준불연성 시험방법 규정이 12월 20일 수정예고 됐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업계 내 대립으로 언제 시행·공포가 될지 알 수 없고, 이대로 법안이 적용되더라도 수정예고에서 원복된 내용으로 화재에 대한 문제를 해소할 수 없게 됐다.
화재로 인한 대형 참사를 막기 위해서는 준불연성의 단열재를 사용하거나 성능시험 인증 방법을 바꿔야 한다. 매년 화재가 있을 때마다 국토부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방안을 강구했지만, 탁상공론이 있었을 뿐 해결안을 내놓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특히 지난해 10월에는 화재 안전 문제 개선을 위해 획기적 방안이 개정안에 실렸지만, 수정되면서 사실상 의미 없는 개정안으로 전락한 채 시행·공포가 미뤄지고 있다.
업계의 반발로 수정예고 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부분은 대표적으로 두 가지다. 첫 번째는 1차 행정예고에서 ‘복합자재의 경우에는 심재가 전부 용융, 소멸되면 아니되며, 일부 용융 및 수축되어서도 아니된다.’(국토부공고 제2019-1335호)라고 명시한 부분이다. 수정예고에서는 ‘복합자재는 심재가 일부 용융 및 수축(시험체의 심재가 용융 및 수축되어 시험체 바닥면의 강판이 보이는 경우)이 되지 않는 경우를 포함한다.’고 변경됐다.
이는 난연재가 철판에 응착돼 난연성능 시험을 통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개정했던 것을 화재 위험성을 안고 있는 현행 방법으로 되돌린 것이다. 국토부는 성능시험 때 시편의 두께 50mm가 넘는 후면 부분은 잘라내고 시험하는 방안을 명시했는데, 이 경우 성능시험에 사용하는 시편이 철판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난연성 단열재로는 인증을 통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스티로폼이나 우레탄 등을 사용하는 유기업계에서 반발하면서 행정예고 됐던 내용이 원복됐다. 사실상 국토부가 유기업계 손을 들어준 셈이다. 아직 시행·공포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대로 시행될 경우 화재 위험성 문제는 고스란히 남게 되는 것이다.
이들 업계에서는 법이 개정되면 수많은 중소기업이 망한다는 이유로 개정을 막고 있다. 그라스울 등 무기업계가 생산 공정의 어려움을 이유로 대기업 위주로 이뤄진 반면, 유기업계는 대부분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다.
두 번째 논란이 되는 부분은 불에 잘 붙고 유독성 물질을 배출하는 우레탄폼의 성능시험 방법이다. 1차 행정예고에서는 ‘외기에 접하는 면과 다른 면의 성능이 다른 외벽 마감재료의 경우에는 외기에 접하는 면에 대하여 3회, 외기에 접하지 않는 면에 대하여 3회 실시한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수정예고에서는 ‘접하는 면(시공 시 노출될 수 있는 면을 포함한다.)’으로 바뀌었다.
이는 대표적인 외벽 마감재로 인기를 끌고 있는 A사의 PF보드 ‘페놀폼’이 해당된다. 페놀폼은 이전부터 업계 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었던 제품으로, 알루미늄 박지를 붙인 면은 준불연 성능이 나오지만 그렇지 않은 면은 성능이 미달이다. 특히 단열재 부분은 가연성으로 화재에 취약하다. 화재 시 창문틀 등 끝에서 타고 들어가는 경우 알루미늄 박지가 화재로부터 단열재를 지켜주지 못한다고 업계 관계자는 설명했다.
성능시험의 경우 제조업체에서 요구하는 알루미늄 박지 부분을 가열하는 방식이어서 인증에는 문제가 없지만, 실제 적용됐을 때 화재 안전을 요구하는 성능에 미치지 못한다는 치명적 약점이 있다. 이로 인해 국토부에서 시험 방식을 바꾸는 개정안을 냈지만, 수정안에서 다시 원복됐다.
A사 측은 "페놀폼 제품은 최근 인기를 끌면서 중국산 제품도 들어오고 있는 실정"이라며 "화재 안전을 위한 제도 강화에 찬성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업계 내 한 관계자는 “국토부는 업계 내 이해관계가 있는 기업의 강한 불만에 못 이긴 채, 20년 동안 건축물의 화재 안전사고를 불의의 인명피해로 치부하고 있다”라며, “우레탄 단열재도 준불연 성능의 제품이 개발돼 있다. 가격이 비싸진다고 방치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담보로 장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