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김종혁 기자] 우아하면서도 세련된 21세기 옻칠 가구를 만나볼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된다. 품격 있는 가구를 찾고 있던 분이라면 11월 10일 부터 20일 까지 한국문화정품관 갤러리에서 개최되는 이돈호 옻칠작품전 ‘一念通天’에 들러 보길 추천한다.
2000여년 전, 기원전부터 우리 민족이 사용하던 천연 도료가 있다. 세련된 색감과 은은한 광택이 아름다워 귀한 재료로 대접받았다. 뿐만 아니라 방충, 방습, 방수 효과로 기물의 내구성까지 높이는 효과를 낸다. 바로 ‘옻칠’이다.
1977년부터 시작된 이돈호 생칠장의 옻칠 사랑은 40년이 넘어가도록 변함이 없다. 칠에 시커멓게 변색된 손과 지독한 칠 향이 온몸 가득 배어 있던 소년의 열정 그대로이다. 2005년에 강원도 무형문화재 생칠장 11-4호로 지정된 후 꾸준히 우리 옻칠 문화를 알리기 위해 활동 중이다.
빠르게 변하는 이 시대에서는 어떤 것과 마주했을 때 고요히 음미해볼 틈도 없이 또다른 새로운 것들이 오감을 자극하며 파도처럼 밀려오는 듯 하다. 그에 비해 우리네 전통은 너무도 제자리걸음에 익숙하고, 그래서 현대인과 전통문화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마냥 사이가 멀어지고 있다.
장인은 그 사이를 오작교처럼 잇고 싶은 마음으로 이번 전시를 준비했다. 우리네 가구의 소박하면서 정겨운 조형미, 조상들의 지혜와 얼까지 모두 작품에 담았다. 어르신들께는 추억을, 청년들에게는 2000년의 세월을 이어온 멋과의 조우를 선물 한다.
서양식 가구와 저렴한 대용 칠로 가득한 생활을 넘어, 새롭고도 오래된 가치를 마주할 때가 왔다. 가을 끝 무렵, 전통적인 물건이 내 삶과 어울리는 전시에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