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거래제 관련 이익, CSR 차원서 브랜드 가치 높여
[매일일보 조성준 기자] 기업이 RE100을 이행하려면 작업환경을 대대적으로 개선해야하므로 막대한 비용이 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환경 기업 이미지를 구축하면 마케팅에 큰 도움이 된다는 장점이 있다.
RE100은 기업이 필요한 전력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공급하겠다는 선언이다. 강제성을 띄는 것은 아니며, 기업들의 자발적인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프로토콜로 존재한다.
애플은 가장 먼저 RE100을 언급한 회사다. 이미 2018년에 기업 활동에 필요한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만 조달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으로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본사 뿐만 아니라 애플스토어, 데이터 센터 등이 사용하는 전력을 모두 공급하고 있다.
애플 외에도 구글, 아마존, 스타벅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재생에너지 활용에 동참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 RE100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거래하는 협력업체까지 RE100에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들은 RE100을 통해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 동참하고, 궁극적으로는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지키는 기업으로 이미지를 격상시킬 수 있다.
미국을 중심으로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 이유도 사실 탄소배출권 거래제와의 연동에 따른 비용 절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력의 100%를 친환경 에너지원에 의존하기 위해서는 공장을 대대적으로 손봐야 하고 직원들 재교육도 해야하는 등 막대한 비용이 들 것이다. 하지만 탄소배출권 거래제가 이미 시행되고 있어 장기적 관점에서 보면 빨리 RE100을 이행할 수록 훗날 탄소배출권을 다량 확보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지속적인 친환경 경영은 결국 CSR과 맞닿아 있다. 최근 기업들은 이윤극대화만을 추구하지 않고 사회와 동반성장하는 다양한 나눔, 참여, 협동을 추진한다. 모든 기업이 환경오염을 유발하지는 않지만 제조업체는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이미지가 있다. 이들이 RE100을 이행함으로써 환경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가능한 수준에서 최대한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영리활동을 한다는 이미지를 쌓는 것은 기업 마케팅에 큰 효과를 줄 수 있다.
글로벌 사회의 인식 변화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나 투자자들은 이제 기업 경쟁력을 평가하는 요수 중 하나로 기후 변화 대응 지표를 넣고 있다. ‘기업의 재생에너지 사용 여부’가 해당 기업의 해외 수출 및 사업 진출 가능성에 영향을 준다고 보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들이 RE100에 적극적인데 반해 국내 기업들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있다. 이는 한전 중심의 국내 전력 수급 여건이 해외와 다르고, 전력거래제도 등 전원 다원화가 돼 있지 않은 구조적 문제, 정부의 해당 프로세스에 대한 선제적 정책 지원 미비 등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RE100 국내 정착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정부가 한국판 뉴딜의 축으로 그린 뉴딜을 제시한 데다 전기차 배터리, 태양광 발전 등 해외 시장이 중요한 신새쟁에너지 관련 기업들을 중심으로 RE100 참여가 확산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