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최은서 기자] 전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는 등 3차 대유행 기로에 서 있는 상황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총파업 및 전국 동시다발 집회를 강행했다. 민주노총은 방역 지침을 준수하겠다는 입장이나, 자칫 코로나19 확산세에 더 큰 악재로 작용될 우려가 커 비판 여론은 불가피해졌다.
25일 민주노총은 노동법 개악 저지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전태일 3법 입법을 목표로 내걸고 총파업에 돌입했다.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노조법 개정안은 실업자와 해고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등 결사의 자유를 확대했지만 파업 시 사업장 주요 시설 점거 금지 등 경영계 요구도 일부 반영돼 노동계 반발을 사고 있다. 전태일 3법은 5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 특수고용직 등의 노조 결성 권리 보장, 중대재해 발생시 원청 처벌·책임 강화 등을 담고 있다.
앞서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는 지난 23일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촉구하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지역구 사무실을 비롯한 전국 곳곳의 더불어민주당사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이어 민주노총은 서울시가 사회적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함에 따라 25일 대규모 여의도 집회는 취소하되, 국회 앞과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10명 미만의 소규모 집회와 기자회견 등 쪼개기 집회를 열었다. 또 전국 곳곳에서 동시다발 집회도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이번 민주노총 총파업의 원인은 정부가 발의하고 더불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노동개악에 있고 국민의 요구는 무시하며 ‘전태일 3법’의 좌고우면에 있다”며 “총파업, 총력투쟁을 멈출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노동개악 국회논의의 즉각 중단 뿐”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고수했다.
또 민주노총 산하 건설노조 타워크레인분과위원회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한국타워크레인조종사노조는 임금 인상과 타워크레인 대여 계약의 적정성 심사 제도 개선을 요구하며 26일 오전 7시부터 무기한 파업에 들어간다.
이처럼 노조 파업이 전국적으로 확산일로를 걷자 방역에 비상등이 켜졌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가 요구되는 상황 속에 전국 곳곳서 집회가 열리면서 감염 확산 위험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총파업 자제를 요청하는 동시에 방역수칙 위반 행위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서울시는 확진자가 발생할 경우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고 경고했다.
하지만 이를 두고 민주노총은 “정부와 정치권은 코로나19를 핑계로 일방적 비난과 정치적 수사를 동원해 민주노총과 노동자를 공격하며 노동개악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민주노총을 희생양으로 삼으려 해서는 안된다”고 맞섰다.
현재 국내 확진자가 연일 300명대 이상 나오는 등 확산 속도가 빨라지는 상황이다. 이에 민주노총이 파업을 강행함에 따라 집단감염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는 우려스런 사회적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한편 코로나 확산세가 연일 거세지면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다. 25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382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확진자가 300명대를 기록한 것은 이달에만 7차례다. 현 추세대로라면 사실상 2차 유행을 넘어서기 시작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