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까지 두 건의 인수합병 완료해야
[매일일보 박주선 기자] 권오갑 현대중공업지주 회장이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숨가쁜 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에 이어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뛰어들며 대형 인수합병(M&A)을 직접 챙기고 있어서다. 두 건의 M&A가 성사되면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업부문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권 회장은 평사원으로 입사해 41년 만인 지난해 말 그룹 총사령탑인 회장직에 오르며 재계 내 대표적인 샐러리맨 성공신화로 꼽히는 인물이다.
권 회장은 1978년 현대중공업 플랜트영업부에 사원으로 입사해 이후 런던 지사, 학교법인 사무국장, 현대중공업스포츠 사장 등을 거쳐 2010년 현대오일뱅크 초대 사장에 취임했다.
2014년에는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및 그룹 기획실장으로서 비핵심 분야 사업재편과 자산매각을 비롯한 각종 개혁조치들을 단행해 회사 정상화의 기틀을 마련했고, 2017년 비조선 사업 분할과 함께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 지었다.
2019년 11월 그룹 회장직에 오른 권 회장은 내년에도 현대중공업지주 대표와 한국조선해양 대표를 계속 맡는다. 지난 19일 발표된 현대중공업그룹 임원인사에서 현 경영진이 모두 유임됐기 때문이다.
다만 권 회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는 적지 않다. 우선,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 그는 올해 초 신년사에서 “대우조선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세계 1위’ 대한민국 조선산업의 위상을 지켜 나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M&A는 내년께 성사될 전망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유럽연합(EU)의 기업결합 심사가 늦어지고 있어서다. 현대중공업은 EU를 포함해 한국 공정거래위원회와 일본, 중국 등 4개국의 심사가 통과돼야 한다. 양사가 합쳐지면 세계 수주 점유율 20%가 넘는 초대형 조선업체가 탄생한다.
최근 뛰어든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의 성공적인 완료도 권 회장 손에 달려 있다. 두산인프라코어 인수전에 도전장을 던진 것은 권 회장의 의지가 강하게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중공업지주는 지난 24일 마감한 두산인프라코어 지분 36.07%에 대한 매각 본입찰에 인수 참여를 위한 입찰제안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두산인프라코어의 새 주인으로 현대중공업그룹이 유력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상대적으로 자금력이 뛰어난데다 건설기계 분야에서의 ‘규모의 경제’ 실현과 공동 딜러망 구축 등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2018년 기준 건설기계 세계 시장 점유율 1.5%인 현대건설기계가 3.7%인 두산인프라코어를 인수하면 5.2%까지 높아져 단숨에 글로벌 5위 수준으로 뛰어오를 수 있다. 국내 건설기계 시장도 60% 넘게 장악해 독보적인 지위에 오를 수 있고, 현대중공업그룹은 사업부문 다변화로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권 회장은 두 건의 대형 M&A외에도 부진한 조선사업 수주 실적을 개선시켜야 한다. 현대중공업그룹(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은 현재까지 약 64억달러를 수주해 올해 연간 목표액인 110억달러 중 59% 달성에 그치고 있다. 또 안정적인 노사 관계 구축과 탄소제로 시대에 대비해 암모니아, 수소, 전기 등 다양한 추진에너지 기술을 선점해야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권 회장은 이미 지난 몇 년간 현대중공업그룹의 내실을 탄탄히 다지는 데 큰 역할을 하며 리더십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며 “이번 대형 M&A 두 건도 성공적으로 완료시키며 또 다시 경영능력을 증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