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만 그럴까. 연말을 맞아 한해를 돌아보는데 밀려오는 후회와 슬픔도 있지만 무엇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이 아쉽고 화가 난다. 그러다보니 새해를 맞이하는 여느 해와 다르다. 내년에도 ‘잃어버린 1년’이 연장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앞선다.
2020년은 세계적으로나 국가적, 개인적으로 코로나19가 지구상의 모든 이슈를 삼켜버린 한 해였다. 특히 한국은 올 한 해 잘 선방하는 듯하더니 연말 들어 3차 대유행으로 비상상황이다. 1000명 선을 돌파한 뒤로 연일 확진자 최다를 기록하는가 하면 집에서 자가 대기 중 사망하는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겨울철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에 대한 우려도 중증환자를 위한 중환자실 병실 부족 우려도 모두 현실이 돼 버렸다. 세계적 모범이라는 K방역은 붕괴 위기에 있고 무너질 위기에 놓인 의료체계는 국민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장기화 되고 있는 사회적 거리 두기와 방역단계 강화로 외부활동이 통제된 탓에 생활의 리듬도 깨졌다.
서민들의 삶은 더욱더 팍팍하고 경제는 회복하기 어려운 지점까지 치닫고 있다. 지난달 은행권 대출액이 1년 전보다 2배 많은 13조6000억 원에 달했다. 2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대출이 임계점을 넘어섰다. 많은 자영업자가 빚으로 연명한다는 통계다. 도소매 16만 명에 숙박·음식업 16만 명, 모두 32만 명가량이 거리로 내몰렸다. 자영업자는 손해를 감수하고 문을 연다. 다른 길이 없다. 내년 말 300만 점포 중 얼마나 살아남을까.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취업 실패로 청년들도 좌절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때보다 줄어든 일자리는 사회에 진출하려는 청년들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비정규직과 플랫폼 노동 같은, 제대로 보호조차 받지 못하는 일에서도 내몰렸다.
11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작년 대비 15~59세 취업자 규모는 63만 명이 줄었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은 연령층은 구직자가 몰려 있는 20대와 30대다. 대기업 채용은 쥐꼬리만큼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에서 55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이력서를 수백 번 냈지만 여전히 백수다. 합격과 대기통지를 동시에 받는 일도 다반사다. 일터가 소멸된 임시직과 서비스직의 생계는 더 혹독할 것이다.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가장 많은 관계를 맺어나가야 할 시기에 단절과 고립이라는 어려움을 겪은 청년들은 그들을 가로막는 단단한 문을 뚫고 나갈 힘이 없다. 네 명 중 한 명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극단적인 생각을 했다고 말할 정도다. 취업, 결혼, 주거, 부채 등 청년의 삶은 더 위태롭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은 올해로 끝이 아니고 내년에도 연장될 것이다. 그래도 우리는 희망을 기대하고 새해를 맞이한다. 내년에는 치료제와 백신의 해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것을 바탕으로 팬데믹 극복과 코로나19로 맞이한 비대면·뉴노멀 시대는 공동대응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가와 개인 간 연대와 협력, 이해와 배려로, 통합으로 이 팬데믹을 헤쳐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