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없는 천사’ 29일 오전 11시 24분 노송동주민센터에 전화, 21년째 선행 이어가
7천여만원이 든 A4용지 상자 삼마교회 얼굴 없는 천사 간판 옆 골목길에 놓고 가
[매일일보 김은정 기자] 매년 연말이면 나타나 익명의 기부금을 놓고 사라지는 전북 전주시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의 선행이 올해도 어김없이 이어져 훈훈한 감동을 전하고 하고 있다.
전주시 노송동주민센터는 29일 오전 11시 24분 ‘얼굴 없는 천사’로 추정되는 중년남성의 전화를 받고, 알려준 장소로 가보니 성금이 담긴 A4용지 박스만이 놓여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센터 근처 삼마교회 ‘얼굴 없는 천사’ 간판 옆 골목길에 A4박스를 두었습니다. 코로나19로 어려운 분들께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는 말을 남긴 뒤 곧바로 전화를 끊고 사라졌다.
발견된 상자 안에는 5만원권 지폐 다발과 돼지저금통 1개와 함께 “지난해 저로 인한 소동이 일어나서 죄송합니다. 코로나로 인해 힘들었던 한해였습니다. 이겨내실 거라 믿습니다. 소년소녀 가장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건강하세요”라는 글이 적혀 편지가 담겨 있었다.
올해 얼굴 없는 천사가 놓고 간 성금은 총 7,012만8,980원이며, 지난 21년 동안 익명으로 기부한 금액은 7억3,863만3,150원에 달한다.
이 성금은 사랑의 공동모금회를 통해 코로나19로 더욱 힘든 올해 지역의 독거노인과 소년소녀가장 등 소외계층을 위해 사용될 예정이다.
‘노송동 얼굴 없는 천사’는 지난 2000년 4월 초등학생을 통해 58만4000원이 든 돼지저금통을 중노2동주민센터에 보낸 뒤 사라져 불리게 된 이름으로, 이후 해마다 성탄절을 전후로 남몰래 선행을 이어왔다.
그가 전해온 성금으로 생활이 어려운 5,770여 세대에 현금과 연탄, 쌀 등을 전달해왔으며, 노송동 저소득가정 초·중·고교 자녀 20명에게는 장학금도 수여했다.
한편, 전북 전주시 노송동 일대 주민들은 이러한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그의 선행을 본받자는 의미에서 숫자 천사(1004)를 연상케 하는 10월 4일을 ‘천사의 날’로 지정하고, 주변 6개동이 함께 천사축제를 개최하여 불우이웃을 돕는 등 나눔 행사를 진행해왔다.
또 얼굴 없는 천사의 뜻을 기리고 아름다운 기부문화가 널리 확산될 수 있도록 노송동주민센터 화단에는 ‘얼굴 없는 천사의 비’가 세워졌으며, 주민센터 주변에는 기부천사 쉼터와 천사기념관 등도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