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는 각도에 따라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이미지, 그리고 박스 안이 텅 비어있다는 느낌을 통하여 세상은 이미지에 불과한 ‘그림자 세상’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일반적으로 세상이 꽉 차있고 연속적이라고 전제되지만 나는 오히려 그 반대 개념이 현실을 더 잘 설명한다고 본다. 내가 의도하는 ‘본다는 것’은 비어있음을 보는 것을 말한다. 그 공간은 시각적으로 비어있는 곳이 아니라, 내용적인 면에서 비어있다. 따라서 작가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보는 사람의 상상으로 채워지는 빈 곳이기도 하다. 비어있음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역설적으로 그것을 가시화시켜야한다는 어려움이 있지만, 나의 작품 속에서 그 공간은 소우주적 질서와 개인적 평정을 생성하는 장소이다.”(고명근 작가노트)
고명근 작가는 사진과 조각을 접목시킨 투명한 사진조각으로 인간과 자연에 대한 자신의 철학을 시각적 직관으로 이해시킨다. 그의 작품은 빌 게이츠를 매료시켰다. 빌 게이츠 재단은 고명근 작가 작품 4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의 작품의 매력은 자연 환경과 인공 환경(건물), 그리고 이런 환경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현상학적 본질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이다. 그는 채집한 이미지를 OHP 필름에 전사해 시간과 공간을 투영하고 겹쳐 다른 차원의 감각 구조를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관람자를 자연 환경과 인공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에 대한 새로운 고찰로 이끈다.
고명근 작가와 같은 인식의 전환이 요새 국내 기업들에서도 발견된다. ESG 경영이라는 말이 있다. ESG란 환경보호(Environment), 사회공헌(Social), 윤리경영(Governance)의 약자다. 환경과 사회공헌, 윤리경영을 별개로 보지 않고 중첩된 관계에서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이다. 일찍이 유럽연합과 미국을 중심으로 유수 기업들의 ESG 경영이 강조돼 왔는데, 최근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ESG 경영이 화두다.
카카오는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사내이사인 김범수 이사회 의장이 ESG 위원회 위원장을 겸임하기로 했다. 카카오는 기업지배구조헌장을 제정해 투명한 기업 경영에 무게를 두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SK하이닉스도 친환경 사업에 투자하는 10억 달러 규모의 그린본드를 발표했다. 그린본드는 환경 친화적 투자에 필요한 자금 조달을 위한 용도로만 쓸 수 있는 특수목적 채권인데 이를 통해 마련한 재원을 수질 관리, 에너지 효율화, 오염 방지, 생태환경 복원 등 친환경 사업에 투자할 예정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