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조현경 조민교 기자] 월성 원전 1호기 경제성 조작 의혹 사건이 결국 문재인 정권과 야당 간 정면충돌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 공무원들의 자료 삭제 목록에 '북한 원전 건설 및 남북 에너지 협력' 관련 문건 파일이 다수 포함됐다는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은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충격적 이적행위"로 규정하며 진상조사 방침을 천명했고, 정권에서는 청와대가 나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
▮김종인 "정권 운명 흔들 수 있는 이적행위다"
김 위원장은 29일 입장문을 통해 "대한민국 원전을 폐쇄하고 북한에 극비리에 원전을 지어주려 한 것은 원전 게이트를 넘어 정권의 운명을 흔들 수 있는 충격적인 이적행위가 아닐 수 없다"며 검찰에 추가 수사를 촉구했다. 이번 의혹은 검찰이 산업부 공무원들을 기소한 공소장을 통해 불거졌다.
김 위원장은 이어 "정권 윗선의 지시가 없고서는 이렇게 공문서를 대거 무단 파기할 수 없었을 것"이라며 "당 진상규명조사위를 구성하겠다"고 했다. 그는 또 "탈원전 반대 시민단체 등을 불법 사찰했다는 명확한 증거도 나왔다"며 "문재인 정부의 민간인 사찰 DNA가 고스란히 드러난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靑 "선거앞둔 혹세무민, 북풍공작과 다를바 없다"
이에 대해 청와대는 강민석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묵과할 수 없다. 김 위원장은 발언에 책임을 져야 한다. 정부는 법적조치를 포함해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변인은 김 위원장의 주장에 대해 "북풍 공작과도 다를 바 없는 무책임한 발언" "아무리 선거를 앞두고 있다고 해도 야당 대표 입에서 나온 말이라고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혹세무민하는 발언" 등 강도높은 비난을 쏟아냈다.
청와대의 강경대응 방침과 관련해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청와대의 공식 입장이다. 대통령의 뜻과 다를 수 있겠느냐"고 했다.
▮윤건영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
청와대의 강경 대응 입장 발표에 앞서 더불어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문재인 정부에서 있었던 3차례의 남북정상회담과 교류 협력사업 어디에서도 북한의 원전 건설을 추진한 적이 없다"며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윤 의원은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내면서 남북정상회담에 깊숙이 관여했다.
윤 의원은 "백번 양보해 해당 산업부 공무원이 관련 내용을 검토했을 수는 있다"면서도 "그러나 그 공무원의 컴퓨터에 그런 내용이 있었다고 그것이 정부 차원에서 추진되는 정책 추진이라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어느 단위까지 보고되고 어느 과정으로 의논됐는지 살펴보지 않고 파일이 있으니 정상회담에서 논의됐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은 정말 무식한 소리"라고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순한 검토 파일이라면 산업부 공무원들이 군사작전을 벌이듯 해당 파일을 삭제했겠느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