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8일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및 중개 서비스 개선방안’을 의결하고 이 방안에 맞춰 최종 개선안을 마련하도록 국토교통부와 17개 광역자치단체에 권고했다. 이번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제도개선 방안의 핵심은 중개보수를 낮추면서 거래금액별 요율 구간을 조정하는 것으로 주요 내용은 크게 △주택의 중개보수 요율체계 개선 △개업공인중개사의 법정 중개 서비스 외 부가서비스 명문화 △중개 거래 과정에서의 분쟁 발생 최소화 및 중개의뢰인 보호장치 강구 △주거 취약계층 중개보수 지원을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역할 강화 등이다.
그동안 집값 폭등으로 중개보수도 동반 상승함에 따라 중개업자와 의뢰인 간 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소득 증가 수준이 집값 상승에 따라가지 못한 불만에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주택 중개수수료까지 지나칠 정도로 과도하게 부담해야만 하는 불만까지 덩달아 커진 셈이다. 뿐만 아니라 이사비용과 도배비용 등을 포함하면 한 번 움직이는데 드는 비용부담은 허리가 부러질 지경이다. 최근 2년간(2019∼2020년) 국민신문고에 주택 중개보수 관련 민원 및 제안이 무려 3,370건이나 접수된 것은 이를 방증하기에 충분하다. 이렇듯 ‘복비 갈등’으로 인한 분쟁과 민원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오른 집값에 맞춰 중개보수 부담을 완화하고, 계약 파기 시 원인 제공자 비용부담 원칙을 도입하며, 주거 취약계층 중개보수 지원 등 주택 중개보수 요율체계 전반을 손보는 것은 당연한 조치다.
현행 주택의 중개보수는 「공인중개사법」 제32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20조에 의거 매매 9억 원 이상 0.9%, 임대 6억 원 이상 0.8%로 보수 상한요율을 정해놓고 중개의뢰인 쌍방으로부터 받되, 17개 광역지자체 조례에서 중개업자와 의뢰인이 협의하여 결정하도록 돼 있다. 그 이하의 거래에 대해서는 최고 0.6%까지 금액대별 5단계로 차등 적용한다. 이 체계는 2015년 4월 14일 소폭 조정됐으나 기본 틀은 20년 전인 2001년 1월 5일에 정한 것으로 현실과 크게 동떨어져 있다. 예컨대 서울 10억 원 아파트를 거래할 경우 최고요율 0.9%를 적용하면 사고파는 양쪽을 합쳐 중개보수가 1,800만 원에 이른다. 물론 현실에선 대부분 협의하여 중개보수를 낮추지만 1채 거래에 1,000만 원대 보수가 가능한 것만으로도 과도해 보인 것은 사실이다.
또한 서울 아파트 중위 가격이 9억5,000만 원에 달하고 중소형 아파트 평균 전셋값도 5억 원을 상회하는 것을 감안하면 최고 요율을 9억 원 이상으로 유지하는 것은 훌쩍 커진 부동산시장에 맞지 않은 옷이 된 지 오래다. 중개보수 인하와 함께 매매와 임대 요율의 차이도 조정해야 한다. 현재 6억~8억 원대의 구간에서는 매매보다 임대의 중개보수 요율이 더 높은 기현상도 빚어지고 있다. 세입자가 구매자보다 더 높은 중개보수를 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
이에 따라 국민권익위원회는 국민신문고 민원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현장 실태조사, 관계기관(국토교통부, 공인중개사협회, 소비자단체협의회) 방문·협의, ‘국민생각함(부동산 관련 업종 종사자 1,233명 포함 총 2,478명이 참여한 ‘주택 중개 서비스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설문조사 및 공인중개사 4,334명이 포함 총 6,116명 참여한 ‘주택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방안’ 국민 선호도 조사)’을 통한 의견수렴, 온라인 토론회 등 국민권익위원회가 가지고 있는 제도개선의 모든 툴을 활용하여 최근 상승한 중개보수에 대한 국민의 과도한 부담을 줄여나가되 공인중개사들도 받아들일 수 있는 상생의 해법을 찾고자 다음의 4가지 정책방안을 권고했다.
제1안은 현재의 5단계 거래금액 구간표준을 7단계로 세분화하고, 구간별 누진방식 고정요율로 하는 방안, 제2안은 1안과 동일하게 구간별 누진방식 고정요율로 하되, 고가주택 거래구간에서는 공인중개사와 거래당사자 간 협의를 통해 중개보수 비용을 결정하는 방안, 제3안은 거래금액과 상관없이 단일요율제(매매 0.5% 이하, 임대 0.4% 이하) 또는 단일정액제를 적용하는 방안, 제4안은 매매ㆍ임대 구분 없이 0.3∼0.9% 요율의 범위 내에서 공인중개사가 중개의뢰인과 협의하여 중개보수를 결정하는 방안 등이다.
우선 제1안은 매매의 경우 현재 5단계인 거래가 구간을 7단계로 세분화하되 9원 원 미만은 2단계로 나누어 6억 원 미만은 0.5%로 통합하고 6억~9억 원은 0.6%로 하고, 9억 원 초과는 세부적으로 5단계로 나누어 금액이 커질수록 요율이 작아지도록 했다. 9억~12억 원은 0.7%, 12억~18억 원은 0.4%, 18억~24억 원은 0.3%, 24억~30억 원은 0.2%, 30억 초과는 0.1%를 적용한다. 예를 들어 10억 원짜리 아파트를 매매할 때 현재 기준으로는 0.9% 요율을 적용한 900만 원을 내야 하지만 바뀐 기준으로는 요율 0.7%를 적용하고, 이 구간에 해당하는 누진 공제액(150만 원)이 빠져 수수료가 550만 원으로 줄어들어 최대 350만 원(36.4%)이나 낮아지는 셈이다. 개선방안 중에서 공인중개사 45.8%, 일반국민 37.1%가 지지를 보내 국민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제2안은 제1안과 동일하게 구간별 누진 방식 고정요율로 하고, 고가주택 거래구간에서는 중개사가 의뢰인과 협의해 중개보수 비용을 결정하는 방안이다.
국토교통부는 이르면 오는 6월 안에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수수료 부담을 낮추는 방향으로 최종 개선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한다. 2월 말 전문가·소비자단체·업계 관계자 등으로 ‘중개보수 및 중개 서비스 개선 TF’를 구성하고 3월 초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한다. 또한 실제 거래 계약까지 가지 못한 경우에 알선 횟수 등을 감안하여 실비보상 한도 내에서 중개 알선 수수료 지급 근거를 마련토록 하고, 저소득층과 청년, 신혼부부 세대 중 주거 취약계층을 위해서 각 지자체가 중개수수료를 깎거나 면제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주택 거래는 팔고 사고 중개하는 세 입장이 모두 달라 분란의 소지가 많고, 2015년 이래 6년 만의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인 만큼 세부적인 쟁점 사항이 많겠지만 이왕 제도개선에 나선 만큼 다양한 시각에서 시장 상황을 분석·예측하고,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구나 중개인의 노동력 등을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최종안이 조속히 도출될 수 있도록 속도감 있게 서둘러 추진해야할 것이다.
물론 최종 계약까지 가지 못하면 서비스 대가를 받지 못한다는 중개업자의 주장도 일리가 있고, 중개보수 조정 시 지역별 부동산 가격 편차도 크다는 중개업소 측의 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것이다. 또한 최근 들어 집값이 급등하면서 중개보수 부담이 커진 것은 사실이지만 ‘거래절벽’으로 상황이 반전되었을 때 신축성을 담보할 수 있는 유연성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반면 금융 거래는 인터넷뱅킹으로 바뀌고 심지어 카톡 송금을 하는 시대다. 이미 소비자들은 중개수수료를 아끼기 위해 직거래 플랫폼을 이용하는 등 중개인 없는 계약 체결에 나서고 있고 코로나19로 비대면 언택트(Untact)는 이를 더욱더 앞당기고 있는 시대적 조류도 담아내야 할 것이다. 이제 공은 국토교통부와 광역지자체로 넘어왔다. 급등한 중개보수를 낮추는 한편, 요율 구간을 면밀하게 재조정하고 각종 중개 서비스와 그 대가를 명문화하고 제도화하는 데 주저할 이유가 없다. 중개업자와 의뢰인 간 중개보수를 미리 약정하는 시스템과 법률 및 금융 컨설팅 등 서비스 차별화 비용도 고민해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