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이른바 ‘동학개미’ 열풍이 불었고 지금도 그 열기는 뜨겁다. 한국의 ‘동학개미’ 현상은 바다 건너 일본에서도 화제다. 일본 아사히신문은 최근 ‘주가상승 한국, 청년층 투자열풍’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 청년 세대의 동학개미 운동을 집중 조명했다. 아사히는 “주식에 몰두하는 젊은이들은 치열한 입시경쟁을 뚫고 서울의 유명대학에서 재벌기업에 취업한 승자들도 예외가 아니다”라며 “오전 9시 장이 열리자 젊은 직원들이 화장실로 몰려드는 현상이 한국 언론에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업무시간에 주식 매매를 하기 위해서”라고 보도했다. 아사히는 한국 청년들의 이런 주식 열풍 배경과 관련해 ‘부지런히 일해도 보답 받지 못한다’는 불안한 분위기가 청년층 사이에서 널리 퍼져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부동산 가격 급등을 원인으로 꼽았다.
지난해 3월 기준으로 상위 20% 가구의 순자산은 평균 11억2481만원인데, 하위 20% 가구는 675만원에 불과하다. 부동산 양극화는 더 심각하다. KB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상위 20% 주택 가격은 평균 10억2761만원, 하위 20%(1분위) 주택 가격은 1억1866만원이다. 8.7배의 격차가 난다. 그 사이 올해 1월 서울 주택 매매 중위가격은 8억759만원으로 2013년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8억원을 돌파했다. 2030세대 입장에선 주식투자라도 해야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 취업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취업을 했어도 집값이 폭등하는 현실을 눈뜨고 바라보면서 내 집 장만의 꿈은 아예 버리다시피 한 그들에게 주식투자에서 당장 손을 떼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노동을 업신여기고 ‘돈놀이’에 몰두하는 사회는 골병이 든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 주식 투자를 하지 말라는 것은 아니다. 본업을 갖고 일을 하면서 자신의 재력에 맞는 안정적인 투자를, 그것도 충분히 공부한 다음에 부업 정도로 생각하며 하라는 것이다. 특히 빚을 내 주식 투자를 하는 ‘빚투’만큼은 절대 피해야 한다. 아무리 좋은 주식이라도 계속 오를 수는 없다. 절대 ‘빚투’만은 피해야 한다.
과거에도 지금과 같은 주식 투자 붐이 있었다. 1997년 외환위기 직후 IT벤처 붐에서 시작된 주식 바람은 개인들에게까지 급속히 불어 주식의 주자도 모르는 사람들이 투자 대열에 뛰어들었었다. 물론 지금의 ‘동학개미’ 열풍이 20여 년 전의 ‘IT벤처 붐’과 똑같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상당 부분에서 닮았다. 외환위기나 금융위기 같은 대폭락 위기 이후의 주식시장 복원력을 경험적으로 아는 투자자들은 코로나 19로 주가지수가 급락하자 오히려 투자의 기회로 삼았다.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IT벤처 붐은 꺼져 버렸고 주식시장도 얼어붙었다. 투자 기법도 서툴고 정보도 없었던 개인들은 엄청난 손실을 고스란히 마주해야 했다. 그때 주식투자로 아픔을 겪어 본 기성세대는 주식에 매달리는 청년들이 보며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